저작권 그리고 표절


연예계가 표절 시비로 조용할 날이 없다.

누구는 표절이라 하고 누구는 아니라 한다. 누구는 버텨보다가 중간에 시인하기도 하고 누구는 끝까지 아니라고 우긴다. 

어떤 때는 법정에 서기도 하지만 그 시비가 명확한 경우도 없고 처벌이 엄격한 경우도 없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저작권에 기초한 탓이다.

있지도 않은 저작권이란 권리를 만들어 돈을 받고 팔자니 이를 훔쳐가는 표절이란 것이 생기고 결국 동업자끼리 한 편으로는 저작권이라는 명목을 붙여 돈을 벌고 한 편으로는 표절을 하는 도둑놈이 되는 세태인 것이다.

물론 창작물에 대한 원작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하지만 이 권리는 매우 포괄적 권리일 뿐이며 매우 협소하게 보호돼야 한다. 누군가가 전체를 가져다가 그대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거나 적어도 70~80% 이상의--누가 봐도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아니라면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 문학  뿐만 아니라 인문, 과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저작물이 쏟아지는 현대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란 애초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남의 작품에서 아이디어의 단초를 얻었을 것이고 일부를 인용, 혹은 응용할 수도 있다. 이를 가지고 폭 넓게 적용해서 표절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대 사회는 결국 누군가의 새로운 사고와 창작 위에 형성되었다. 물론 어떤 이는 새로운 발상, 새로운 창작으로 거대한 부를 이루었고 누군가는 이 세상의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도 조그마한 명예조차 얻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거부하고 모든 아이디어에는 부가 따라야 한다는 편협한 생각이 오히려 창작의 새 공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해 돋는 일출을 찍은 사진은 모두 다 표절인가?, 다장조 화음을 활용했다면 모두 표절인가? 혹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다 같은 작품인가? 우리 드라마는 그럼 저작권이 딱 하나 뿐인가?

모든 저작물은 세상에 발표되는 순간 개인의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기존 작품의 지평 위에서 새로운 추가 창작이 가능해야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작품의 핵심은 보호돼야 한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학설을 내 놓았다면 이 학설로 인한 일정 정도의 부의 추구는 보장돼야 한다. 말하자면 세상에 없던 신약을 발표한 경우 정도가 아닐까.(물론 이것도 시간적 제한이 확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오선지 위에 쓰여진 악보가 아니라 새로운 악보 체계를 개발했다면 모를까 새로운 곡이 작곡됐다 해서 그 곡의 모든 박자, 리듬, 화음까지 고스란히 보호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 없이 많은 학자들이 피땀흘린 연구 결과를 고스란히 특별한 대가 없이 세상에 발표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저작물로 큰 부를 쌓는 것은 아니다. 작사가, 작곡가의 저작권만 반드시 돈으로 환산돼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 쓰여지고 있는 이 글도 이미 누군가가 벌써 발표한 글과 아주 흡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그 글을 이미 읽었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표절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거야말로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결국 저작권이 창작을 제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은 굉장히 협소하게 보호돼야 한다.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창작물은 그대로 베껴서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 적극적인 도둑질이 아닌 이상 표절이라는 딱지를 아무데나 붙여서는 안된다.

소설을 그대로 필사하거나 똑같은 실험 방법을 통해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논문 정도를 표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