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티비 구입 및 일주일 사용기


라파엘 티비를 들어보셨어요.

태림전자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만든 텔레비전입니다. 

결혼하고 새 살림을 시작한지 올해로 12년이 됐습니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른 많큼 낡고 험해졌습니다. 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로 장만했던 것들이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티비도 그중 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연말이면 아날로그 티비는 더이상 쓸 수도 없다고 하니 바꿔야겠다고 맘 먹은지 오랩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쯤부터서야 큰 맘 먹고 할부로라도 한 대 장만해야지 하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려했던 것은 크기, 가격, 상표, 성능(LED, 120Hz, 3D, 홈 네트워크 등)이었습니다. 여러 모로 고려한 결과 우리 집에는 38~42인치정도카 적당한 크기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근거는 기존 29인치 티비에서 외관 크기에서 +- 2인치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측정결과 40인치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알아보니 당연히 크기, 상표,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42인치를 기준으로 볼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체로 20만원 정도의 차이가 났고 3D여부, 스마트티비 여부에 따라 또 20만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A/S만 문제 없다면 중소기업제품으로 가격을 절약하면서 같은 값에 LED로 해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거기에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제품을 팔아주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신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알아보던 차에 눈에 띤 것이 바로 라파엘티비입니다. 

42" Full HD, 120Hz, LED 65만원

비슷한 사양의 대기업 제품에 비해 수십만원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물론 생전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A/S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알아본 결과 A/S 전문 회사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출장 A/S도 가능하다는 점도 제게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가족들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저야 제가 결정하고 사면 나중에 무슨 일이 나도 상관 없지만 가족들은 또 내내 저를 갈굴 것입니다. 설득하는데만 또 일주일이 넘게 걸렸습니다.

물건은 주문후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습니다. 스텐드를 조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존 티비를 치우고 안테나 선을 연결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티비를 켰습니다. 하지만.... 깜깜 무소식...

리모콘을 눌러도, 전원을 다시 연결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기를 한참 우연히, 아주 우연히 집사람이 티비 하단부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냈습니다. 전혀 눈에 띠지 않는 곳에 스위치를 감춰두고 매뉴얼 어디에도 스위치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한 숨 돌렸습니다.

티비가 켜졌습니다. 그런데 화질이 뷁          입니다.

이게 단가? 원래 이렇게 보이는게 맞는가.... ?

그때 저는 이미 밤을 꼬박 새운 뒤라 집중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일을 미루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A/S센터에 문의했더니 아마도 안테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하랍니다. 문의 결과 아직 우리 아파트에는 디지털 안테나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혀 예상 못했던 복병입니다. 

물론 올해 내로 하겠지만 여기 저기 알아보는 중이랍니다.

눈물을 머금고 디지털 안테나를 따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것이 맥스웨이브 안테나입니다.

주문 다음날 도착했습니다. 안테나선만 티비에 꽂으면 되니 설치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치후 자동 채널 검색을 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선명한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아날로그티비는 물론이고 제 가게에 있는 3년 전 설치한 LCD티비에서도 볼 수 없는 선명함이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안테나를 거실 바닥에 두고 창 밖을 보고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혹시라도 밟을까 조심스러웠고 게다가 일어서서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고민스럽던 차에 판매자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설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판매자는 오랜 시간 차분하고 자세하게 전파의 방향과 설치 요령에 대해 설명해 줬습니다. 우리집은 남서쪽에서 전파가 오고 있는데 하필 집이 동향이라서 전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12층이기 때문에 더 멀리서 오는 전파도 잡을 수 있다면서 우리집 동남쪽에 있는 중계소의 위치를 설명해줬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집 거실에서는 안테나가 그 쪽을 직접 볼 수 있게 설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이웃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반사벽으로 삼아 그 쪽을 보고 설치하고 다시 채널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채널도 잘 잡히고 안테나의 위치는 티비 옆에 있는 책꽂이 위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을 보는데는 이제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또 하나의 욕심이 생겼습니다.

컴퓨터를 연결해서 야구 중계를 티비로 봐야 하는 것입니다.

RGB케이블과 음성 연결 잭을 따로 구매해서 넷북과 연결했습니다.

띠용~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화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궁리를 해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센터에 연락하니 기사를 보내주겠답니다. 

기사가 오니 어렵지 않게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해상도가 1900*1080이라고 했는데 이 해상도에서는 화면이 나타나지 않았고 1600정도가 잡혔습니다.

문제는 동영상을 재생했을 때 화면 지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야구를 보는데 딱하는 소리가 난 후 방망이가 돌아갔습니다.

또 센터로 연락했습니다. 센터에서는 자신들은 교육받은 바 없는 내용이라며 태림전자로 직접 연락해보라고 했습니다.

태림전자 직원은 무척 친절했습니다. 불만 내용을 꼼꼼이 듣고 해결 방안을 설명해 줬습니다. 하지만 지연 현상 자체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직원 말에 의하면 120Hz티비가 갖게 되는 한계이며 이는 다른 대기업 제품도 해결하기 못한 문제랍니다. 


결론.
1. 중소기업 티비, 성능 짱, A/S도 짱, 가격도 짱
2. 디지털 안테나.... 좋아요.
3. 인테넷 야구 중계는 결국 TV로 볼 수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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