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부조 ‘사랑의 날개’ 구본준 작가 인터뷰


시간이 흘렀다. 빛의 방향이 바뀌었다. 순간,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 그림자가 바뀐다. 그림자의 깊이가 달라지고 입체감이 살아난다. 조금 두툼한 그림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완벽한 입체감이 벽 깊숙이 드리운 느낌이다.
“부조는 빛을 잡아 평면 위에 입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빛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두께와 깊이에 변화를 줍니다.”
지난 4일, 경춘숲길에 새 명소가 탄생했다. 공릉구길과 경춘숲길이 만나는 건널목 바로 옆, 두산힐스빌아파트 돌담벽에 새하얀 사랑의 날개가 펼쳐졌다. 구본준 김혜진 작가 부부의 단청부조 작품이다.


8일, 작품 앞에서 안마을신문이 구본준 작가를 만났다.

구 작가는 아내 김혜진씨와 함께 ‘단청부조 삼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 작가는 부조를, 김혜진 작가는 단청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단청도 익숙하고 부조도 결코 낯설지 않은데 ‘단청부조’는 처음 듣는 기법이다. 특히 구 작가는 시멘트를 덧발라 부조를 만드는 분야 개척자로 세계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부조는 대체로 벽을 깎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멘트를 덧발라 부조를 완성해 갑니다. 때문에 더욱 섬세하게 깃털 하나하나의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기법입니다.”
거기에 동양적인 기법인 단청이 더해졌다.
“단청은 궁궐이나 사찰의 처마 밑에 화려한 색으로 칠해지는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뿐 아니라 한국적 안료를 이용해 채색하는 모든 기법이 다 단청입니다. 칠할수록 색이 오히려 밝아지고 더욱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작품을 표현하는 데는 다른 재료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구 작가는 설명했다.
날개의 배경이 되는 스무 송이 해바라기는 이 단청 기법으로 그려다. 설명을 듣고 보니 평면 위의 해바라기도 마치 살아있는 듯 입체감이 느껴진다. 꽃술은 더욱더 봉긋하게 도드라져 보이고 이파리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전해진다.
부조와 단청이 더해지니 완전히 새로운 기법의 작품 세계가 만들어졌다.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깊이감이 있는 조각과 벽화의 완벽한 조화가 완성됐다.
“그동안 김재천 시인님, 서석철 건축가님 등 많은 분들이 작업에 참여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셨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이제 공릉동의 명소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길 바랄 뿐입니다.”
사랑의 날개 작품은 애초 공릉2동 마을계획단 사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애초 계획된 사업이 어긋나며 단청부조 작품으로 변경된 것이다. 때문에 단청부조 설치를 위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겨우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예산이었다. 그 부족한 부분을 대부분 구 작가의 재능 기부를 통해 채워진 것이다. 거기에 많은 마을 활동가들이 구슬땀을 모았다. 건축자재는 서종원, 박광종씨, 바탕작업은 장현순씨, 바탕미장 김재군, 박영우씨가 도움을 줬다.
인터뷰를 하는 그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봄 햇살을 즐기며 지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혼자 온 사람들은 서로 찍어 달라며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날개를 달고 맘껏 날아올랐다.
“제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사람입니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싹트고 행복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