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을 잡다


여러분 혹시 일식 보셨어요?

저도 어제밤 신문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일식이 일어난다는 것은 알았지만 충남지방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늦잠을 자고 있는데 집사람이 급하게 깨우더군요. 일식 한다고···

얼른 일어나서 보니 그냥 나안으로 태양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어쿠, 큰일 난다고 말리고 뭐 대안이 없나 찾아보았습니다. 얼른 눈에 띄는게 바로 파란 반찬통 뚜껑이었습니다. 무슨 락 하는 것 여러 장을 겹쳐서 보았습니다. 효과가 있군요. 분명히 일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략 난감···
바로 먹구름이·· 하지만 적당히 진한 먹구름은 오히려 일식을 분명히 볼 수 있게 도와주더군요.

그때 문득 저 정도면 허접한 제 카메라로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찍어보았습니다. 조리개를 최대한 잠그고 셔터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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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떠나는 여행 3 - 산골 오지를 달리는 31, 35번 국도


지난번 전라도에서 출발하는 홀수 번호 국도에 이어 이번에는 경상도에서 출발하는 홀수 국도입니다.

길따라 떠나는 여행 2 - 전라도에서 출발하는 홀수 국도

길따라 떠나는 여행 2 - 1, 3, 5, 7 국도

경상도에서 출발하는 홀수 국도는 25번, 31번, 33번, 35번, 79번 국도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개하고자 하는 국도는 31, 35번 국도입니다.


이 두 국도는 우리나라 가장 오지를 지나는 국도라고 할 만 합니다.

31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해 바닷가를 따라 울산, 경주, 포항까지 갑니다. 이 구간에서는 해운대, 문무대왕 수중릉, 감은사탑을 비롯해 대한민국 사람들 지도 그릴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곳 중 하나인 토끼 꼬리 부분(행여 욕 먹을라)인 구룡포읍, 노래로 유명한 영일만을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 포항에서부터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태백산맥 안쪽 사면을 따라 태백까지 올라갑니다.

이 구간에는 청송, 영양, 봉화, 태백 등 평소 큰 맘 먹지 않이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마을들을 지납니다.

청송은 주산지와 단풍으로 유명한 주왕산을 품고 있으며 영양군은 소설가 이문열과 시인 조지훈을 배출한 문향이다.

특히 영양군은 지나가는 길이 이 31번 국도와 백암온천을 지나 동해로 넘어가는 88번 국도밖에 없어 특히 접근이 어려운 곳입니다.

하지만 직접 가 보면 아주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지도 않고 그리 너르지 않은 평야가 있는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곳입니다. 혹 경북의 동해안을 찾으시는 분은 영주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다가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와 88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것입니다.

이 31번 국도는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서 점점 험해집니다. 특히 봉화군에 접어들 때 즈음에는 높은 고개도 넘어야 하고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정말 자연 속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봉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은 이미 고속화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아찔하도록 멋진 광경은 온통 콘크리트로 발리고 다시 이 곳을 찾을 때 저는 이미 저 새로 난 길을 이용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태백은 지금 와 있는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깊은 산 속임은 분명한데 화려한 네온사인은 여느 도시의 유흥가 못지 않을 정도입니다.

낙동강은 소백산을 넘는다?


그리고 동강과 영화 '라디오 스타'로 유명한 영월, 동계올림픽 3수생 평창을 지나갑니다. 이 구간 역시 강원도 높은 도시들을 지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완만한 길을 가게 됩니다. 길 가에서 맞는 섭다리도 매우 반가울 것입니다.

하지만 영동고속도로와 만난 뒤부터는 달라집니다. 오대산과 설악산 서쪽을 끼도 인제까지 가는 길은 우리나라 여느 길보다도 짜릿함을 느끼며 조심 조심 운전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또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 중 하나인 양구까지 가는 길은 오히려 험하지 않은 길을 달리게 됩니다.

거의 600km에 이르는 이 길은 무엇보다 험한 산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운전에만 신경써야 합니다. 덕분에 같이 가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 자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35번 국도도 31번 국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다르다면 낙동강과 자주 만난다는 정도입니다. 오지로 치자면 35번 국도가 조금 더 심합니다.

35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해 바로 내륙으로 가서 양산, 경주, 영천까지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이어집니다. 하지만 영천서 안동까지는 면 소재지 몇 개를 만날 뿐 온통 시골길이 이어집니다. 안동을 지나고 나면 다시 산골입니다. 산은 높지 않은데 평야도 없는 마을이 꼬불꼬불 끝도 없이 계속됩니다. 중간에 만나는 도산서원이 반갑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낙동강 물길 따라 가던 길은 청량산을 지나 태백으로 넘어가는 입구에서 31번 국도와 처음으로 만납니다.

태백까지 같아 가던 길은 31번 국도가 서쪽으로 빠지는데 비해 곧장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길은 더 험하고 정선을 지나 백두대간 등줄기를 따라 산으로 산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넘어 바다가 보이는 강릉입니다.

벌써 휴가철이 코앞입니다. 사람들 바글바글하는 곳을 떠나 자연에 안기고 싶다면 31, 37번 국도를 추천합니다. 달리는 내내 차 밀리는 걱정은 한 번 안 하셔도 됩니다. 시간 넉넉히 잡고 가다가 좋은 곳 있으면 쉬어가지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다 보면 '여기는 평생에 꼭 한 번은 와 봐야 하는 곳이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을 아마 10번은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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