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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불인' '다언삭궁'---'天地不仁' '多言數窮'

한 4년 전이었습니다. 8월 말, 어느 주말 오후. 당시 두어 살이 된 아들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너무나도 맑고 푸른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 가을이구나. 엊그제까지 덥다고 헐떡대던 그 여름은 어디가고 바로 가을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저 있었습니다. 놀러 나가자고 찡찡대던 아들 녀석은 좋다고 뛰어다닙니다. 그런데 문득 아들의 발에 밟힌 벌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지고 배가 터졌습니다.

"저걸 누굴 탓하랴."

천지불인.

아무도 주장하지도 않고 아무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가을은 무심히도 우리 곁에 와 있었습니다. 어떤 개구리는 나의 돌멩이에 맞아 죽고 어느 벌레는 결국 아들 발에 밟혀 개미의 먹이가 돼 버렸지만 무슨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 돌아가는 이치가 있고 사랑이 있고, 자비가 있고 인자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저 무심할 따름입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지도 않은 절대적인 것을 기대하고 해석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해석하다보니 너무 많은 것들이 허비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모든 마음을 비우고 나의 삶에 열중할 때입니다.


** 도덕경 제5장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天地之間, 其猶탁약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삭궁, 불여수중.


" 천지가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추구(풀강아지)로 여긴다. 성인도 어질지 않아서 백성들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와 같이 여긴다.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아서 비어 있으나 구부러지지 않고 움직일 수록 힘이 더욱 커진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궁하게 되니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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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자가 보기에 공자가 말하는 군자지도(君子之道)라는 것이 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로밖에 안보였고 그것을 역설하고 다니는 공자는 출세하는데 목을 맨 고급 구직자(求職者)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노자가 제일 고약한 의미로 쓰고 있는 두 글자가 하나는 위(爲)요 다른 하나가 인(仁)인 것입니다. 인(仁)은 즉 위(爲)입니다.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 狗)' 이 말은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여긴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헛짚으면 '하찮게 여긴다, 무시한다, 능멸한다'라는 말로 오해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적당한 비유를 찾자면 '소가 닭 쳐다보듯이 한다'는 말에 가까울 것입니다.

닭을 쳐다보는 소의 눈길에는 애정도 연민도 호감도 적의도 없습니다. 그냥 무심한 눈길입니다. 소가 닭을 쳐다보는 눈길이야말로 천지가 만물을 바라보는 눈이요, 성인이 백성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소가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닭이 낳아 놓은 알을 밟아서 깨트린다 해도 소가 닭한테 감정이 있어서 한 짓이 아닙니다. 소는 그저 마당을 지나 밭으로 걸어 갔을 뿐이다. 배고픈 닭이 소똥 마른 것을 줏어 먹어도 소는 닭을 위해 똥을 싼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나오니까 쌌을 뿐이지요. 닭도 소가 자기 알을 밟고 지나가도 소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내 알이 깨졌구나. 저절로 깨졌겠지(謂我自然)' 소똥을 맛있게 먹어도 소한테 감사할 줄 모릅니다. '먹이가 저절로 땅 위에 생겨났다(謂我自
然)'고 생각할 뿐입니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일어나고 절로 이루어졌을 뿐 '소가 했다느니, 닭 때문이라느니' 하는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천지성인(天地聖人)과 만물백성(萬物百姓)의 관계가 이런 소하고 닭과 같다는 것이 노자의 말씀입니다. --인터넷 논객 '구름'이라는 양반이 도올의 노자 강의에 반발해 내놓은 해석입니다--



지난 2000년 이래로 의료 전문지에서 활동해온 기자입니다.

서울 노원구에 살고 있으며 아들 둘을 둔 아빠이기도 합니다.

의료는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지만 전문가들에 의해 독점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점차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관련 용어나 제도에 대해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풀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터무니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씩 여행 관련 포스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마흔 살이 되가 전에 전국 모든 군을 다 가보는 것이 작은 하나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제 블로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락은 boney0000@gmail.com으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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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아... 도덕경에 나오는 이야기군요. 저도 도덕경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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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 광고에 보면 그런게 있더군요..
    "여름에도 집합공부, 가을에도 집합공부"

    저도 완전히
    "여름에도 도가도 비상도, 가을에도 도가도 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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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언삭궁에 그런 깊은 뜻이 있었네요.
    덕분에 좋은 말 하나를 배우며 깊은 가르침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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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찾아 주셔서 고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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