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러에서 불여우까지, 온갖 웹 브라우저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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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구글에서 크롬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브라우저의 일탈이 시작됐다.

지난 20세기에 당시 한창 잘나가던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를 안 써봤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아무 의심 없이 익스플로러를 써 왔다.

그러던 중 익스플로러 7 베타판을 우연한 기회에 써보게 됐다. 달라진 것은 주소창이 두 개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더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창을 넓게 쓰는 것이 좋아서 최대한 메뉴바나 아이콘바를 띄우지 않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익스플로러 7 베타판은 그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쁜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관심이 없었는데 우연히 구글 크롬을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실감했다.

가볍고 간단한 크롬

크롬은 무엇보다 가볍고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당시 어차피 웹 브라우저는 자신이 무슨 기능을 갖기보다는 웹사이트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 크롬은 일치했다. 하지만 역시 액티브 x가 문제가 돼서 주 프로그램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익스플로러와 사이에 왔다갔다 하기에는 흡인력이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엄청난 기능, 뭔가 복잡한 플락

그러던 중 컴퓨터 수리차 찾아온 기사 아저씨에게서 ‘플락’이라는 웹브라우저를 소개받았다. 자기가 보기에는 그게 최고란다.

그래서 깔아봤다. 일단 우리말이 지원되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써봤다. 스스로 제공해주는 기능들이 많았다. 사진 업로드를 위한 기능, 포스트 작성을 위한 기능, Rss 관리를 위한 기능, 비밀번호 관리를 위한 기능 등 브라우저 자체가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해 있었다.

플락은 또 세계 유수의 포털사이트들을 지원했다. 원클릭으로 블로거, 플리커, 페이스북, 뉴스사이트 등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이트들과 직접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나도 플락을 통해 블로거(구글 블로그)에 가입했다. 그리고 사진 공유 프로그램인 피카사, 친구찾기 사이트인 페이스북에도 가입했다. 그러는 사이 네이버를 주로 써오던 웹 생활도 점차 구글 중심으로 바뀌어갔다. 시키는 대로 차려진 밥상에 만족하던 데서 나아가 직접 메뉴를 짜고 상을 차리는 것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는 계속 익스플로러를 썼지만 집에서는 거의 플락을 했다. 하지만 무겁고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빠른 속도, 열린 소스, 세계적 명기 불여우

불여우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다. 어쩌면 애써 외면한 것이 맞다.

익스플로러를 떠난 나의 외유가 결국 파이어폭스까지 써보게 했다.

파이어폭스는 역시 명기가 맞았다. 다양한 부가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동안 안 된다고만 알려졌던 액티브 x도 IE 탭이라는 부가기능을 통해 극복이 가능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었다. 로그인을 해도 사이트 접속 방법이 조금 바뀌면 바로 튕겨져 나갔다.)

작은 불편함을 빼면 파이어폭스는 훌륭했다. 지난 10여년을 써온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아직 아는 정도가 바닥이다. 하지만 만족도가 익스플로러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훨씬 더 좋아질 거란 기대를 한다.

주소창에 사이트 이름을 쳐 넣으면 처음에는 검색 사이트로 이동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를 기억해서 바로가기 기능이 적용된다. 다양한 북마크 기능도 맘에 든다. 도구모음에 등록해서 원클릭으로 바로가기를 할 수도 있고 메뉴를 통해 갈 수도 있고 체크만 해 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읽기’ 기능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부가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너무도 낯선 사파리

다음을 통해 내 블로그를 분석해보니 접속 웹 브라우저로 사파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헉! 이건 또 뭐냐! 싶어서 얼른 깔아봤다.

애플컴퓨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브라우저라는데 전체적으로 시커먼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았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갖고 있었다. 담에 꼭 써봐야지. 윈도 7을 깔다가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익스플로러 8

그러는 사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익스플로러 8이라는 버전을 새로 내놨다. 아직 베타버전이라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아주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했다. 속도도 빨라졌고 이전 버전들의 제한도 없어졌다.

익스플로러 8은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좋아하는 네이버 중심의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다. 쉽게 다양한 검색 사이트를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아주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각종 도구 버튼들을 간략하게 정리함으로써 창을 넓게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도움말을 찾을 수 있고 애초에 작성된 홈페이지들도 대부분 익스플로러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제작자의 의도와 가장 부합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도 익스플로러의 독주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소스가 닫혀있어서 주변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어쩌면 모든 것을 자기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대체로 불여우를 쓰고 있지요. 필요한 경우에는 익스플로러 8도 씁니다. 간단한 웹 서핑정도를 해야겠다. 블로그 몇 개 정도나 둘러봐야겠다는 때는 그냥 크롬을 씁니다.

아구 골치 아파.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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