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쳐야 하는대로 치지 말고 공이 맞게 쳐야 한다

당구는 그 특성상 친구끼리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시작합니다.

때로는 아빠가 아들, 딸의 손을 잡고 오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당구를 가르쳐주겠다는 아빠의  열정은 쉽게 식습니다.

아들, 딸이 이미 충분히 배워 온 다음에 꾸준히 같이 오는 경우는 있지만 입문 수준에서 실력 차이가 상당한 상태에서 아빠가 꾸준히 가르쳐주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없습니다.

이는 꼭 아빠와 아들 사이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고점자(알공 200점 이상)도 당구 입문자를 데리고 세번 이상 당구장을 찾지 않습니다.

때문에 당구를 입문하는사람들은 대부분 50점 또는 80점 정도 수준입니다. 100점만 돼도 아주 인내력이 강한 친구이거나 친분이 아주 대단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당구는 50점한테 30점이 배우고 100점한테 50점이 배우고 200점한테 100점이 배우는 구조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신이 30점일때 배운 당구는 100점만 돼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100점 시절 배운 당구는 200점이 돼면 고스란히 휴지통에 버려야 합니다. 물론 과거에 배운 습관을 하루 아침에 버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은 자신이 과거에 50점 시절에 100점한테서 배운 정보를 금과옥조로 여깁니다.

아마도 지금 자기 자신보다도 못 치는 친구에게서 배운 정보일텐데도 불구하고 10년 전 배운 기억을 그대로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는 습관이 돼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만히 관찰한 결과 습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번만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결코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구는 맞게 쳐야 합니다. 어떤 이론이나 시스템에 따라 치는 것이 아니라 공이 공을 맞게 치는 것만이 오직 진리입니다.

많은 시스템과 이론을 배웠다면 이를 내재화하고 마음 속에서 묵혀서 나의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치는 순간에는 머리로 계산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껴서 최대한 그대로 발휘해야 합니다.





모든 판단 근거를 ‘원래’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엇이 원래인지를 물으면 답변을 못합니다. 원래가 뭐죠?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원래’를 따지곤 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원래인지는 모릅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자신이 과거에 알고 있는 것(그 근거가 무엇이던간에) 을 원래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그것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습니다.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합리적 연구의 결과로 만들어진 최첨단 과학이라는 각종 이론들도 하루 아침에 부정되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과학시간에 열심히 배웠던 뉴턴은 물론이요 어려워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벌써 부정되는 시대입니다.

사람은 습관적으로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기 십상이지만 이런 기준들은 틀리기 마련입니다.

비단 과학분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효’라고 하는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외웠던 신체발부 수지부모 따위의 구절은 고사하고 엄마 아빠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효였던 10년 전의 개념도 이제는 옳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이든지 자꾸 옳다고 하는 것을 머리 속에 넣어두면 사고는 경직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 들어오려고 해도 사람은 본능적으로 ‘원래’를 생각하게 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방법은 유연한 사고입니다. ‘원래’ 따위에 구속되지 말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아무 것도 배우지도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배우는 이 내용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고 또 새로운 정보로 대체될 것이라는 여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를 보고 싶은 대로 봐서도 안 됩니다. 세계를 봐야 하는 대로 봐서도 안 됩니다. 오직 텅 빈 마음으로 보이는 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념이나 가치관이 강할수록 자신으로 하여금 세계를 봐야 하는 대로 보게 하는 강제성도 강해지지요. 이념가들이 변화하지 못하다가 실패하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당구는
쳐야 하는대로 치는 게 아니라 맞게 쳐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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