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캔】의협은 지역처방의약품목록 제출 의무화와 관련, 20일 관련 규정 폐지를 복지부에 건의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는 복지부 건의서에서 최근 대한약사회가 보건복지가족부에 요청한 지역처방의약품 목록 선정방식 개선안은 의사의 처방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지역처방의약품 목록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약사법 관련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지난달 16일, 처방의약품 선정권한이 특정직능에 국한돼 있어 제약사 등의 리베이트 제공과 그에 따른 처방약 선정과 관련된 각종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며, 처방의약품 목록을 의사회 및 치과의사회 분회에서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사회․약사회․국민대표(소비자단체 등)․국민건강보험공단․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한 별도의 선정기구에서 결정토록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복지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환자에 대한 적절한 의약품 선택 권한은 의사의 고유권한이며, 처방을 포함한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의사면허증 소지자에게만 시행토록 의료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략--
----------------------------
사람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만큼 질병의 숫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만물의 영장인 만큼 그 치료법도 많고요. 그래서 치료 약품도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규모 제약회사의 난립은 이미 유명한 얘기입니다. 네이버 디렉토리 검색에서 '제약회사'로 검색하니 522개가 뜹니다. 그러다 보니 성분은 같은데 이름이 다른 약(약효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죠)이 수두룩합니다.
모든 약국이 모든 약을 준비해 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의 입장에서는 찾아온 손님(환자)에게 '약이 없어요' 하고 말하는 일은 언제나 난감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약을 준비해 두려고 하는 것이구요. 그러다보니 재고 부담은 약사에게는 가장 큰 일입니다.
그래서 의약분업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지역별 처방약 목록 만들기입니다. 의사들이 지역 의사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거쳐 처방하는 약 목록을 만들어 약사회에 주면 약사회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약을 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을 정해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약사간 반목입니다. 남 좋은 일 내가 왜 해줘?라는 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내가 처방하고 싶은 약 내 맘대로 하면 되는데 왜 먼저 리스트라는 족쇄를 만들고 이에 구속받으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애초부터 시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이를 실천하자는 주장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리스트 작업을 하게 되면 자신들의 약이 리스트에 포함되게 하기 위해 제약회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의사에게 집중되는 영업활동이 각급 의사단체에게로 확장되겠죠. 그래서 의사단체의 역할 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식화되면 오히려 개인 의사들의 영향력은 줄어들게 돼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무엇보다 의약계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은 '이적행위'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좌절될 수밖에 없죠.
각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의약분업이 정착돼서 굳이 처방전 목록이 없어도 각 지역별로 처방 리스트를 거의 알고 있고 약국도 그렇게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병의원에서도 처방한 약을 쉽게 구하기 어려우면 환자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암묵적인 약속이 깨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병원 처방을 받고 자기 집 근처로 가는 등 멀리 갔을 경우가 문제가 되지 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이 없어서 못 사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또 나왔을까요?
지역별 처방목록 제출은 약사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약사회 입장에서는 자기 주머니 속에 든 칼입니다.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꺼내서 휘두를 수 있는 무기입니다. 그런데 불용재고약 문제는 비단 처방목록과 관련 없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의사회 주장대로 모든 매장에서는 갖고 있는- 그런 문제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칼을 꺼내서 한번씩 보여주거나 휘두르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 불용재고약 처리 문제로 또하나 약사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바로 성분명 처방입니다. 의사가 성분만 결정해주면 약사가 알아서 맞는 성분으로 골라주자는 주장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 성분당 하나의 약만 준비하면 되고 약사가 약 결정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훨씬 강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처방목록 문제에 비해 한 열배쯤 강력한 정책 중요도를 갖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재는 의사에게 권한이 있습니다. 약사로서는 반드시 빼앗아오고 싶은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재작년부터 작년에 걸쳐 시범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영 신통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큰 밥그릇이죠.
제가 보기에는 약사회가 또 한번 이 성분명 처방을 들고 나올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를 위한 사전 작업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요.
설령 성분명 처방까지 가지 않더라도 약사회에서 주장한대로 처방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 한명의 역할자로 참여하게 된다면 이 또한 강력한 이권이 될 테니 이라도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