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불인: 나의 엄마젖 먹이기 실패기에 이어
이번에는 둘째아들의 엄마젖 먹이기 성공기입니다.
첫째아들 실패 이후 내심 분석을 많이 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론은 태어나자마자 얼른 젖을 물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출산 이후 애기가 젖을 물릴 때까지 기간이 길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젖을 먹기 전에 젖병에 익숙해져버렸다는 것입니다.
애기 분만일이 가까워졌습니다. 마지막 산부인과 방문. 의사 3명 정도가 근무하는 의원급 산부인과였습니다.
원장님은 제왕절개를 권했습니다. 첫 애기가 제왕절개를 했을 때 둘째의 자연분만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불가능 한 것이 아니라면서 꼭 원한다면 첫애기를 분만한 병원을 찾아가서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했었는지에 대한 진료기록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어떤 방법으로 수술했을 때에는 아예 자연분만이 불가능하기도 한가 봅니다.
어쨌든 확인 결과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야간분만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불가능하고 주간 분만을 조건으로 자연분만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지면서 결국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제왕절개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큰애기때와 달리 부분마취(척추마취)를 했습니다. 그래서 분만 직후에 산모도 의식이 있었고 간호사에게 얘기해서 바로 애기를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엄마젖 먹이기를 원하는 산모들이 많아져서 간호사도 불만 없이 응해줬습니다.
하지만 엄마젖 먹이기에 대한 간호사들의 호응이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신생아실 옆을 지나가다가 간호사가 애기 할머니쯤 돼 보이는 분과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대화라기 보다는 간호사의 일장 연설이었습니다.
"누가 그렇게 엄마젖이 꼭 애기에게 좋다고 말하던가요? 엄마젖 소독은 하고 먹였어요? 엄마젖은 무엇으로 닦아서 먹였나요? 엄마젖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은 하셨어요? 엄마가 먹은 모든 나쁜 성분들이 그대로 애기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은 아세요?"
하지만 저는 애초부터 단호하게 말을 해서 그런지 그런 독한 소리를 직접 듣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다행히 젖병을 물리기 전에 엄마젖을 먹이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척추마취를 한 덕분에 입원기간은 3일로 짧았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은 그래도 있었습니다. 생각만큼 젖의 양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내의 걱정은 또 계속됐습니다.
젖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충분히 먹고 있는 것은 맞는가? 영양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그래도 분유도 같이 먹이는 것이 더 좋다던데... 등등 끝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호했습니다. 무조건 엄마젖만 먹여야 하고, 엄마젖만 먹는 시기는 1년 이상이어야 한다.
퇴원하고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냈습니다. 그기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 것도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나름대로 엄마젖 먹이기를 도와줬고 다른 산모들도 모두 엄마젖 먹이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른 엄마들 중에는 먼저 젖병에 익숙해져 있어서 엄마젖을 빨지 않는 아기들도 많았습니다. 울고불고 했지만 엄마젖을 다시 물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드시 엄마젖을 먹여야 한다는 의지 부족으로 그냥 쉽게 혼합수유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애기는 점차 엄마젖을 찾지 않고 젖 량도 점차 줄면서 분유로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번 먹기 시작하니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조금 부족한 것 같던 젖 양도 금방 차고 넘칠정도로 충분했고 영양 부족이니 따위의 걱정도 애가 잘 크기 시작하니 사그라들었습니다. 어려움이랄 것은 처음 1~2주였고 그 이후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엄마젖을 먹어서 좋은 점은 예상 외로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빠가 자다 말고 깨야 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애기가 울면 그냥 엄마가 젖을 물려주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갈 때도 짐이 크게 줄었습니다. 분유를 먹일 때는 사흘만 갔다 오려 해도 분유통에 젖병이 몇개, 소독할 방법도 고민해야 하고 번거로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젖을 먹으니 흐르는 엄마젖을 받쳐줄 패드 조금이 필요할 뿐이었습니다.
다만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잠을 자는 것은 참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젖을 문채 그대로 잠들면 애기 이빨이 젖산에 녹아 쉽게 상합니다. 둘째 녀석도 1년 반을 그렇게 젖을 먹더니 이빨이 많이 상했습니다. 결국 치과를 찾아 치료를 해야 했고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를 조금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상황이 되자 문제는 없었습니다. 애기 엄마는 애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에 대해 거의 부끄럼이 없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있거나 제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에도 살짝 돌아앉는 정도로 부끄럼 없이 젖을 먹였습니다. 보는 입장에서도 크게 민망스럽거나 난감해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빤히 들여다 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젖을 떼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젖을 뗄 무렵은 말을 거의 알아들을 정도가 됐을 때였습니다.
"더 이상 엄마 젖을 먹는 일은 챙피한 일이야. 다 큰 애기가 엄마젖을 먹으면 사람들이 놀릴지도 몰라. 이젠 밥을 먹어야 되는 거야"라고 말을 했을 뿐인데 더이상 젖을 찾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한번 먹어보라고 내밀어도 챙피하다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다만 아내가 젖을 말리느라 조금 아픔을 참아야 했습니다.
둘째는 이제 해가 바뀌어 여섯살이 됐습니다. 요즘 잘 먹어서인지 살짝 살이 올랐는데 그동안 크게 한 번 앓은 적 없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와의 친근감이 큰애기때보다 훨씬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조금 어려움이 있었지만 엄마젖을 고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중 간호사는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일 수도 있습니다.
인구협회에서 제공하는 엄마젖 먹이기 정보
http://www.aga-love.org/information/sub063_01.asp?PageNum=2&subPage=5&subNum=3
유니세프에서 제공하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정보
http://www.unicef.or.kr/pageB.asp?gPage=/bfhi/campaign/B0040100.asp&gPath=B|004|01|00|
인구협회에서 제공하는 엄마젖 먹이기 정보
http://www.aga-love.org/information/sub063_01.asp?PageNum=2&subPage=5&subNum=3
유니세프에서 제공하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정보
http://www.unicef.or.kr/pageB.asp?gPage=/bfhi/campaign/B0040100.asp&gPath=B|00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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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삭궁 님 덕분에 두가지 배워갑니다.
답글삭제1.모유수유를 했을경우, 외출 시에 짐이 줄어든다는 것.
2.젖을 물린 채 잠을 자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
진정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포스트 였습니다.
jwkim님.
답글삭제덧글 감사합니다.
모유수유 장점에 대해 조금만 더 부연설명하자면
외출시 짐은 정말로 '확' 줍니다. 분유 먹일 때는 생각도 못했던 기차나 버스 여행을 시도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본문에는 얘기하자 앓았지만 애기 살이 훨씬 몽글몽글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집니다.
이외에도 유방암 자궁암 등 엄마 건강에 좋고 자연스럽게 피임이 돼서 터울 조절도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