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수가 인상으로 전문의 공급 정상화가 필요하다

.
건강보험 가입자 반대로 흉부외과 수가 현실화 표류
병원 수가 추가 인상해 주는 꼴


【뉴스캔】의료계 오랜 숙원인 흉부외과, 외과 등 수가 현실화가 복지부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되고 있지만 가입자단체(사용자단체, 시민단체, 근로자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과에게 수가 현실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흉부외과와 외과에 대한 의료행위 수가를 각각 100%, 3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공의 지원기피 진료과목 활성화를 위한 수가조정(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수가 10% 인상시 흉부외과의 경우 전공의 확보율이 5.1%, 외과의 경우 4.8%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이들 과목에 대한 전공의 확보율 25%p, 10%p 상승을 목표로 각각 100%, 30%의 수가를 보태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건강보험료의 사실상 부담자인 가입자단체들이 "수가인상을 통한 유인책 제공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가입자단체는 수가인상과 전공의 확보율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수급불균형의 문제를 수가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가입자단체들은 또 흉부외과와 외과에 대한 수가가산은 병원계에 대한 수가를 추가로 인상해 주는 것이라며 재정중립을 원칙으로 한 제도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가계약이 마무리되고 보험료 동결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정심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조정안이나 수정안을 마련한 뒤, 이를 가지고 차기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가입자단체들이 재정중립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훈 기자 boney0000@gmail.com

--------------------------------

통큰 수가 인상으로 의료 정상화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수가는 건강보험 공단에서 요양기관(병원, 약국 등)에 병원비(약값)를 지불해 주는 기준입니다. 그리고 건강보험료는 건강보험 가입자(전 국민)가 공단에 내는 돈입니다. 당연히 이 두 개는 서로 긴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보험에 대한 기본 지식 조금

이 수가와 보험료는 모두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됩니다. 이 건정심은 △근로자단체(직장인) 및 사용자단체(사주)가 각각 2인씩,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농어업인단체 및 자영업자단체(지역가입자)가 각각 1인씩 추천하는 8인(가입자단체)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 및 약업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8인(공급자 단체) △공무원 2인, 건보공단 및 심평원 각 1인, 관련 학식이 풍부한 4인 등 8인(공익 단체)를 포함한 총 24명으로 구성됩니다.

모든 협상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의약단체는 수가를 올려달라고 하고 가입자단체는 언제난 보험료를 올리지 말자고 합니다. 중간에 공익단체가 중재를 하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끝난 적은 거의 없고 항상 막판에 가면 표결을 거치게 됩니다. 그럼 대부분 공익단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언제나 공익단체 대표들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시민임을 생각해 본다면 특별하게 의료기관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입자단체의 쪽으로 기우는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공급자단체나 가입자 단체 공히 공익단체 대표들은 상대방 편이라고 공격합니다.

각설.
흉부외과, 산부인과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 수가인상에는 가입자단체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 속 사정은 무엇일까요?

흉부외과, 산부인과 문제는 무엇?
흉부외과, 산부인과 문제는 모두들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돈도 안되고 고생도 많이 해서 그렇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모두 다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단 공급 과잉의 문제도 있습니다. 들어보세요.

우선 흉부외과. 흉부외과는 애초에 개원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내과 소아과 만큼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난 1970년대 이래 병원에서 전공의를 많이 뽑았습니다.

전공의는 의사 입장에서는 배우는 사람이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교수에 비해)값싼 노동력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교수급에서 모든 의사를 다 채울 수 없고 빈 공간을 전공의로 채운 것입니다. 그렇게 배출된 전공의들 가운데 일부는 병원에 남지만 대부분은 개원의가 됐습니다. 이들은 당연히 고생하며 배운 실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산부인과도 비슷합니다. 게다가 여기에 출생률 문제까지 겹칩니다. 지금도 인구 폭발 시기였던 70~80년대 산부인과를 선택한 사람들이 여전히 개업 중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근본 원인은 저수가입니다. 중간 원인은 전공의 과잉입니다. 마지막 원인은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가 개선이 우선입니다. 선진국에서도 흉부외과에 대한 대우는 다른 의사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그동안 전공의에게 맡기던 일을 전임의(교수과정 준비자) 이상에 맡겨야 합니다. 그리고 전공의 선발 과정은 실력있는 사람들로 강화하고 수련을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산부인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언제나 위험 가능성을 안고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 대한 대우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출생률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전공의 수를 줄여야 합니다.

이제는 병원에서도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공의를 피교육자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적절한 대우를 해줌으로써 이제는 '고생고생해서 의사됐다'는 인식을 조금은 떨쳐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의사 사회 전반적으로 전문의의 비율을 줄일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개원하는 의사들이 대부분 전문의일 필요는 없습니다. 의원급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기환자는 그냥 일반의가 봐도 크게 문제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의는 조금 더 저렴하게 많은 환자를 봄으로써 낮은 수가에도 만족할 수 있고 더 어려운 수련과정을 겪은 전문의, 그중에서도 심각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흉부외과, 산부인과 교수들에게는 더욱 높은 수가를 지불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입자단체는 마냥 수가 인상을 반대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과정은 결국 지금과 같은 의료의 왜곡을 낳을 뿐입니다. 수가 인상에는 통 크게 찬성을 하되 제도 개혁을 통해 전공의 숫자 줄이기와 대우 개선, 의료서비스 강화라는 약속을 받아낼 때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