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인정 판결, 쟁점과 논란

.



존엄사, 항소심에서도 인정

【뉴스캔】고등법원에서도 무의미한 연장치료를 거부하는 존엄사를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0일, 환자 보호자가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지속적으로 부착한다 하더라도 상태가 회복되거나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판결한 것이다. --하략--

강봉훈 기자 boney0000@gmail.com


존엄사 논쟁의 진행 경과

우리나라에서 존엄사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의료계에서는 매우 패배적으로 받아들여졌던 당시 사건의 간략한 전말은 이렇다.

교통사고로 한 남자가 병원으로 실려왔다. 하지만 당시 환자는 이미 회복 불가능의 상태였다. 하지만 치료기에 의존한다면 당장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판단이 냉정하고 빨랐다. 사고 이전 환자는 가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가족들은 치료를 위해 쓸 큰 돈도 없었고 큰 돈을 써서 치료한다고 해서 살아날 가능성도 없으며 설령 살아난다고 해도 이미 가정의 불행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무조건적 퇴원을 요구했고 의사는 이를 반대하고 만류했지만 완강한 가족들의 요구로 결국 퇴원에 동의했다.

하지만 결국 법원에서는 의료진과 가족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 후 존엄사 논쟁은 다시 세브란스병원에서 다시 시작됐다.

병원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자 보호자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완강하게 이를 거부했다. 결국 법원에 판단을 맡겼고 법원은 이를 인정한 것이다.

관련 기사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

존엄사, 항소 없이 대법원 판결 받는다
존엄사 비약상고 환자 가족들 반대

법원 판결의 내용과 핵심

재 판부는 “환자의 회생 가능성이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과정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돼야 하고, 이는 주치의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치료가 현재 상태의 유지에 한정될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환자의 일시적 충동이 아닌 진지한 의사결정이 치료 중단의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확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런 상황이 됐을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의 의사도 분명해야 하며 감정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치료 중단도 전문성과 자격을 갖춰야 남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중단 시행도 의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환자 가족에 의한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 이후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판결의 취지가 잘못 이해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판결 취지가 오해돼 남용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병상에서 회복에 힘쓰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의 노력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쟁점과 전망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회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입법화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쟁점 1. 의사표현
존엄사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존엄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현에 대해서는 환자 보호자의 의견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보호자는 재산 상속 등과 관련, 환자의 죽음의 결과에 의해 여러 권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직 의사 표현은 환자 본인에 의한 것만 의미를 가지며 가족들이 추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쟁점 2. 의사표현 절차와 방법
이미 회복 불능 상태의 환자가 어떻게 이를 표현할 것인가는 또 다른 쟁점이다. 환자가 사전에 명시적으로 문서를 통해 분명한 의사를 밝혔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를 구현할 것인가는 역시 어려운 문제다. 수술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에 앞서 동의서 등의 형태로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환자의 직관적인 판단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자 보호자에게 평소 환자의 생활 철학 등을 묻는 것도 위에서 밝혔듯이 바람직하지 않다.

쟁점 3. 최종 결정자는 의사(Doctor)
의사, 환자, 보호자의 의견이 모두 일치할 때는 존엄사의 결정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견이 갈릴 때가 문제다. 우선 환자의 의견이 판단의 가장 큰 기준이기 때문에 환자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고 환자의 의견이 명시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자와 의사의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가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법 관련 학자나 의료 윤리를 다루는 학자 모두 의사에게 최종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의사가 먼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며 회복 불가능의 판단이 선 뒤에도 환자의 사망 여부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는 가족들의 판단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의사들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의사의 권위가 추락해 있는 의료 환경에서 모든 판단을 의사에게 맡기는 것을 과연 환자 보호자들이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정서는 자녀와 가족들은 부모의 모든 권리와 이익을 아무런 제한 없이 순수하게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사례는 부모가 사후 시신 기증 내지는 장기 기증 또는 재산 기증 등의 의견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