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협 광고 심의료 전용 4700만원 토해내라
의협이 광고 심의료를 전용했다는 의혹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최근 의협이 광고 심의료를 광고 심의와 관련 없는 용도에 사용했다며 이 가운데 부적정 집행이 확인되는 4700만원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복지부에 감사결과에 의하면 의협은 지난 2007년 11월 의료광고 심의료 중 2731만원을 털어 협회업무용 차량을 구입,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협은 같은 해 7월 의료광고심의수수료 중 441만여원을 임원실에서 사용할 책상 등 13종의 집기를 구입하는데 사용하는가 하면, 회장 및 총무이사 명의로 각종 부의금이나 축하화환을 보내는데 쓰기도 했다.
아울러 2008년 6월에는 카메라 2대와 빔프로젝터 2대 등 4개의 비품을 1550여만원에 구입한 뒤 빔프로젝트 1대만을 심의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협회 업무용으로 써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의협이 회의비용으로 청구한 금액들도 상당부분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지적됐다.
골프장 및 인근식당에서 간담회 명목으로 비용을 지출하거나 첨부한 영수증과 실지급내역이 상이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직무관련성이 떨어지는 경비집행이 이루어졌다는 것.
또 회의비용 중 식사비로 청구된 금액 중 일부는 첨부한 영수증과 실지급내역이 상이하거나 유흥주점에서 쓴 것으로 확인돼 부적정 집행내역으로 분류됐다.
의협의 광고 심의료 전용에 대한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현희 의원에 의해 지적됐다. 하지만 당시 주수호 회장은 근거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와 관련 당시 의료계는 전현희 의원이 의협 법제이사를 맡았던 전력을 들먹이며 배신을 당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주수호 회장의 강력한 반발과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는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적으로 무례하다는 평을 받으며 공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의협의 대국회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결국 전현희 의원의 지적이 대체로 맞는 것으로 드러나 의협의 대 국회 활동 범위는 또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협의 정치적 무능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지난 김재정 회장 당시, 의협은 스스로 정치 세력화를 외치며 '잘못된 법부터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 수년이 지났지만 어느 법의 어떤 조항을 어떻게 고치겠다고 내놓은 것이 없다.
악재는 장동익 회장 당시에 터졌다. 장동익 회장은 자신의 '정치권에 돈 줬다'는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결국 국회 증인석에 서야 했고 회장 자리에서도 쓸쓸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주수호 회장은 이런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도록 한 막후로 알려졌지만 결국 선거를 통해 회장직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의협의 정치세력화로부터는 멀어지고 있다.
한때는 의협 회장이냐, 복지부 장관이냐 하던 때가 있었다. 의료계에서 원로급이라고 할만 한 사람들은 '의협 회장이면 복지부 장관과 같은 급'이라는 말을 추억처럼 하곤 한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의협회장 출신 복지부 장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 출신 복지부장관은 김대중 정부 초기 주양자 장관이 투기 의혹으로 조기 퇴진한 이후 더이상 배출되지 않고 있다.
의협 정치세력화 실패는 '회장 흔들기' 때문
전문가 집단인 의협은 어쩔 수없이 정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과학을 한 사람들이라 주고 받는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누가 해도 정치력을 가진 협회로 이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은 대부분 의협 집행부가 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찬성하거나 동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무조건 강력히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에서 합의가 됐던 것도 법안 논의과정에서 따로 반대의견이 전달되는 사례도 있었다. 결국 복지부도, 국회도 더이상 의사협회를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의협은 그동안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면서 항상 이면 합의 또는 이면 지원 등 이면 활동을 강조해온 측면이 있다. 물론 정치에는 앞에서 이뤄지는 일보다 뒤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언제나 명분 싸움이다. 스스로 명분에서 밀리면 아무리 이면 합의가 있어도 결국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협이 스스로 정치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단 선출된 회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협회를 이끌 수 있도록 뒤에서 돌을 던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의협 회장은 의료계 내부의 이권이 다양한 만큼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총의를 모아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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