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치력 강화 기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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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불인: 의협 광고 심의료 전용 확인_정치력 또 한번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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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치력 강화 기회 있었다

2006년 7월 의협 장동익 회장을 비롯해 전국 시도의사회장이 복지부에 모였다.

유시민 장관이 포지티브리스트를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의료계 지도부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하 지만 이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전국의 시도의사회장들은 임전무퇴의 결의가 의연했다. 유시민 장관은 직전 선거에서 의료 5적으로 꼽혔던 바로 그 인물이다. 게다가 정치인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의료계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모인 지역 회장들은 나름대로 어떤 주장으로 유 장관의 주장을 꺾을 것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략회의까지 진행됐다.

유 장관의 당부는 간략했다. 포지티브리스트 도입에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약값 절감분은 최대한 의료 수가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정치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문서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유 장관은 만약에 그런 것이 만들어진다면 장관과 의료계가 이면 계약을 통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공격받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유 장관은 이어 의사단체, 약사단체, 제약협회, 간호협회 등 보건으료 관련 제 단체들이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반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 힘들다며 의료계가 먼저 통 크게 협조해 준다면 앞으로 정부 입장에서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추가 재정의 필요 없이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협조하겠다며 당시 의사회장들이 요구한 '회원 징계권' 등에 대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전을 각오하고 들어간 회장들은 모두들 순간적으로 멍해지는 분위기였다.

엄격히 말하자면 포지티브리스트는 의료계의 이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도다. 그런데 이를 동의해 주는 조건으로 돌아오는 열매들이 모두 입에 단 것들이었다.

의료계의 많은 '옛날 이야기' 가운데는 김재정 의협 회장이 의약분업 투쟁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이야기가 있다.

당 시 의료계는 죽음을 불사한 항쟁으로 의약분업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고 이미 수차례 파업을 통해 강력한 힘을 과시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 회장이 대통령을 만나 넙죽 업드리는 바람에 결국 의약분업은 그렇게 통과되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김 회장이 대통령 앞에서 조금만 더 당당하게 했어도, 그후 파업을 한두 번만 더 했어도 의약분업을 막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이 날 유 장관을 만나러 온 회장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마음 속에 새기면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나는 돌아가면 회원들에게 나는 이렇게 당당하게 싸웠노라고 마치 무협지의 한 장면처럼 스토리를 그려 온 것이다. 하지만 유 장관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판단이 흔들렸다.

각 시도로 돌아간 회장들은 모두 마음 속에 큰 짐 하나가 생겼다. 회원들에게 마땅히 설명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사실은 복지부가 오랫동안 의료계 숙원이던 많은 제도 개선들을 약속했지만 이것들은 모두 오히려 마음 속의 짐을 키우는 요인이 될 뿐이었다. 결국 당시 의사신문도 이 내용을 이렇게 조그맣게 다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다행한 일이 생겼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동익 회장의 거짓말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후로 장 회장은 계속해서 감사를 받아야 했고 이 와중에서 이날 있었던 암묵적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는 의료계에서 동의를 해주지 않아도 도입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복지부로부터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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