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뜸 치료, 이제는 신비주의에서 벗어나야

 

여러분 혹시 수지침 해 보셨나요?

아마도 우리나라에 수지침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효과 보셨나요? 어떤 효과를 보셨나요? 묵직하던 두통이 깔끔히 가라앉았나요? 아니면 마음이 편안해지셨나요?

어깨가 아픈 모든 분들은 아마도 집에 있는 누구에게든 안마를 부탁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안마를 받으면 당연히 잠깐 동안은 아팠던 것이 풀립니다. 아마도 사람의 몸을 이렇게 쉽고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뜸을 떠 본 사람은 없어도 침을 맞아 본 사람은 아마 많을 것입니다. 저도 전에 많이 맞았었습니다. 지독한 등통으로 어떨 때는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었습니다. 약 먹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어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보약도 지어 먹었습니다. 효과요? 그거야 모르죠. 어쨌든 한 참을 그러고 난 후 차차 통증이 없어지기는 했으니까요.

그런데 암 치료에 뜸이 효과가 있을까요? 침은 효과가 있을까요?

벌써 수십 년째 한의계와 김남수 옹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애초에는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지만 어느 날 이후 김남수 옹이 여기저기서 방송을 타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의계가 어려운 수성전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남수 옹과 한의계의 전쟁

과거에는 물론 몸이 아프면 한의사가 치료했습니다. 어떤 한의사는 침으로, 어떤 한의사는 약으로, 어떤 한의사는 모두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제시대 이후 한의학이 일체 금지됩니다. 그리고 한의학의 암흑기를 걷다가 경희대에 한의학과가 생기면서 다시 부활하게 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입니다.

그 때 경희대에서 한의학을 가르친 사람들은 대부분 침 뜸보다는 한약을 주로 이용하는 분들이고 그로 인해 지금의 한의사들은 침 뜸보다는 한약을 주로 이용하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침 뜸은 비정통이라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김남수 옹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은 며칠에 한 번씩을 김남수 옹의 이야기가 텔레비에 나올 정도로 승부가 기울었습니다.

과연 김남수 옹의 침/뜸이 옳은가

그럼 애초에 한의학계가 잘못되고 김남수 옹이 옳은가? 마치 지금은 한의학계는 틀리고 김남수 옹은 옳다는 쪽으로 얘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의학계와의 승부에서 승배를 들기 직전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정 승부는 지금부터입니다. 안타깝게도 침/뜸이 의학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김남수 옹과 한의학계의 싸움이 계속될 때까지는 의료계는 크게 나서지 않았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의료계가 김남수 옹 검증에 나설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에서도 김남수 옹이 이길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펌] 침구사 김남수씨가 돈 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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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 김남수옹의 침뜸, 사기인지 검증할 방법 있다

자의료는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것

참! 그런데 정말로 수지침 효과는 다들 보셨나요? 효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딱히 이런 효과를 봤다고 하지에는 조금 애매하다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얼마 전 제 사돈 뻘 되는 분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 저녁이 돼서야 집에 돌아온 가족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손가락에 여러 군데 '딴 자국'이 있었다는 가족들의 얘기입니다.

'바늘 찾고 손가락 묶고 하는 사이에 119에 전화했으면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 수밖에 없습니다.

심근경색은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가슴 한가운데가 심하게 조여져 오면서 답답함을 심하게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냥 체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들에게서 손가락을 땄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침 뜸이 암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수년 전 침의 효과가 검증됐다는 보고가 국제 논문에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잘못된 논문이라며 스스로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침이나 뜸은 아마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에게나 안마만 받아도 분명히 효과가 있는데 사람의 몸을 직접 찌르거나 태우는 침 뜸이 효과가 없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분명히 모른자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그렇게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서양 의료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맞습니다. 서양의료에도 빈 틈이 많습니다. 아직도 못 고치는 병이 많고 아직도 그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적어도 서양의학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극단적인 책임이 필요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질병 치료에는 나서지 말아야겠습니다. 못 고치는 환자를 오래 잡아두는 것도 분명히 범죄입니다.

침 뜸의 한계는 연구의 회피

침 뜸은 공식적인 연구가 없습니다. 오직 비법과 전수만 있습니다.

어떤 한의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도 정말 연구를 제대로 해서 밝히고 싶다고···. 동양의학적으로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 일반 의사가 같이 연구에 참여해 주면 같이 연구하고 싶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자자기만 알고 있는 비법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측면 때문에 어쩌면 지금의 동양의학이 서양 의학에 비해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이 연구, 계발한 것이 있으면 낱낱이 기록하고 검증하고 전수해서 더욱 발전되게 해야 하는데 숨기고 독차지해서 결국을 그 맥이 모두 끊긴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신비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때

몇 년 전, 황우자석 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때 황우석 교수는 자기만 믿고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윤리적 문제는 없고 연구 성과는 쏟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들통난 지금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 연구는 온통 비윤리적이었고 연구 결과는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그를 신성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그때도 많은 연구자들은 그의 연구에 대해 의문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신비주의를 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황우석은 우리에게 신비주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연구하고 검증하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소스를 세상에 공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절차를 통해 여러 명이 참여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은 얼마든지 갖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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