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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북한전 20년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는 한 판이었습니다.
월드컵축구- 한국, 북한 제압..김치우 결승골무엇보다도 이번 승리로 우리 대표팀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이왕이면 북한도 본선 진출에 성공해 같이 남아공 무대를 누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경기는 그 내용면에서 참 안타까운 경기였습니다. 중원을 완벽히 장악하고 끝없이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또 무승부로 끝나는구나 하는 찰라였습니다. 이제 기대라기보다는 오히려 제 마음을 달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프리킥은 그냥 힘없이 흘러가겠거니 생각했지만 흠칫! 그물이 출렁거렸습니다. 오히려 포기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찾아오는 감동이 더욱 큰 법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자 인터넷에서 경기 결과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경기 결과보다 그 덧글들은 저를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덧글을 달았는지 모르지만 그 덧글은 그 기사 덧글의 가장 관심 덧글이었습니다. 찬성과 반대는 각각 110/120, 96/95로 아주 팽팽했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습관적으로 머리 속을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입니다. 왜 축구 기사에 '뇜현' '개대중' '빨갱이'라는 표현이 나와야 하는지, 아직도 그런 세상인지 섬칫하기까지 합니다.
이래서야 어디 모든 것에 대해서 올바른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듭니다. 무조건 우리 편이면 찬성이고 저쪽이 주장한 것이면 내용이야 어쨌든간에 거꾸러뜨리고 봐야 하는 그런 지경입니다.
사람들은 이기주의를 말하고 개인주의를 지적합니다. 정이 없다고 혀를 찹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좀 개인주의적으로 살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동네,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우리 정당 이런 것들을 떠나서 그냥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서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종국에 가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더욱 가까이 가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나를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보다도 그냥 우리 동네 출신에게 한 표를 주고 그 사람들이 추진하는 것이면 그게 내 목을 자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남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더이상 이념의 문제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따져 생각해 보면 판단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대화도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이런 저런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해가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축구 기사에다 대고 밑도 끝도 없이 우리편 네편으로 나누어 아무런 건더기 없는 덧글을 다는 것은 참 전근대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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