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는 안되고 4대강 살리기는 괜찮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기어이 대운하 건설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백성들은 대운하가 아니라면 4대강 살리기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겠다며 추진하는 것인데 한 번 믿어보자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는 같은 것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는 이름만 다른, 사실상 똑같은 국토 뒤엎기 공사라는 것을 알고도 눈감는 것 같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시장의 우상(베이컨 4대 우상론)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정부는 터미널과 갑문이 없어 배가 다닐 수 없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4대강 살리기로는 배가 다닐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배가 다닐 수 없는 대운하를 파겠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

배가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백산 줄기를 자를 필요가 없습니다. 엄청난 토목공사가 하나는 줄어드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강 줄기 따라 여기 저기에 터미널 설치를 안하게 됩니다. 덕분에 큰 손들의 투기가 지방까지 널리 퍼지는 바람은 막을 수 있겠군요. 또 하나 공사비에서 다리 재건에 드는 비용은 줄일 수 있겠군요.

더불어 배가 침몰한다던가 하는 이유로 물 오염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큰 다행이군요.

그러나 사실은 공사 이유 자체가 사라졌다

정부는 애초부터 경제성을 이유로 대운하를 주장해 왔습니다. 배가 다니면서 벌어들일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한 투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배도 못 다니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면 그 댓가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애초에 주장했던 고조 판매로 사업비를 충당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경제성에 대한 이유는 사라지고 갑자기 환경을 살리기 우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방 경제를 살리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돈이 바로 추경예산입니다.

애초 대운하 주장에서 배가 다님으로 해서 벌어들이겠다는 돈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모두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골조 채취를 통해서 충당하겠다던 사업비도 공중으로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조차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인 것이 확인된 것이 다행이지만 이젠 그 경제성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운하 사업이 그 자체로도 말도 안되는 사업이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인 배가 다니는 기능을 빼고도 그 사업이 실행될 수 있는 것은 여론을 무시할 수 있는 독재권력이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살리기로 4대강이 살아나나?

대운하 주장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경제성이 없다고만 대운하를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바로 환경 재앙을 우려했습니다. 당시 우려했던 환경 재앙들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몇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중보는 물의 흐름을 차단시켜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
  • 하상준설은 하천생태계 교란과 수질오염을 가중시킨다.
  • 하상준설은 지하수위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
  • 하상준설은 대규모 토사유출을 유발한다.
  • 경부운하는 홍수 피해를 가중시킨다.


배가 다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환경문제들입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사업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적들과 정 반대 위치에 있는 문제들입니다.

지방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는데···

지방에 가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면 지방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관련 지방 사람들은 이것이 독배인줄 알면서도 동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만금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는 지방에 가서 그냥 한 사람당 얼마씩 나눠주는 것보다도 못한 사업입니다. 그냥 직접 돈으로 줘도 달성될 목적을 어렵게 땅까지 파가면서, 환경까지 헤쳐가면서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대운하가 호남에도 간다?

대운하를 계획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정치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애초 경부운하에서 호남지방 소외로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얼른 영산강과 금강을 포함시키는 순발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시면 쉽게 아실 것입니다. 어차피 영산강과 금강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대운하와 연결될 수가 없습니다. 설령 금강이 대운하와 연결된다고 해도 군산에서 배를 타고 공주, 청주를 거쳐 여주로 연결되면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경제살리기 추경은 미래 산업을 위한 사회 기반 확보에 써야

애초 골조 팔아서 하겠다던 사업을 대대적인 추경예산을 확보해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손해입니다. 확보된 추경예산은 미래 산업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우리가 미래에 어떤 산업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위해 투자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돈도 풀고 기반 시설도 확보하는 것입니다. IMF 때는 미래산업으로 '정보 산업'을 선택했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사업을 벌였습니다. 이에 대한 과실은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가 따먹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선투자가 필요한 미래 산업은 무엇일까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실버산업이고 복지산업, 환경산업입니다.

특히 지방에서는 엄청난 노령인구로 인해 앞으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복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의료,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종사자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도심에는 환경이 강조돼야 할 때입니다. 녹지공간을 확보하고 도시민들의 삶이 조금은 콘크리트 벽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계천 복개 사업도 지금쯤 했으면 아주 좋았을 사업입니다. 또 세운상가 녹지화도 서둘렀으면 합니다.

강 수질 개선, 환경 개선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강물을 개선하고 환경을 살리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애초에 없습니다. 문제는 환경을 개선하는데 반환경적으로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환경 문제는 환경 문제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자꾸 가당치도 않은 경제문제를 결부시키려고 하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입니다. 물길을 사람의 힘으로 자꾸 가두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면 환경은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물길로 흘러드는 오폐수를 제대로 통제하면 될 것입니다.



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물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