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는 부질없는 짓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가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은 또 '내가 밤을 세워가며 이게 뭔 짓인가?'하고 고민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3년 10월이군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5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저는 1300개 정도의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정말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찾아보며 쓴 글도 있고 그냥 간단히 누군가가 써 놓은 글을 정보삼아 펌질한 것도 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글을 썼을까요?

저 는 주장이 매우 강한 편이라 어떤 자리에서도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또 많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에는 특히 마음 속에 왠지 모를 분함 같은 것이 남아 있는데 그럴 때는 꼭 글로서라도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들은 정리가 다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글을 쓰다보면 편집이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생기는데 그럴 때는 다시 옮겨 쓰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몇 자 써보다가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워드프로세서가 일반화되고 난 뒤에야 맘 놓고 글이라는 것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블로그가 있기 전, 내가 쓴 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이조차도 영 의미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기껏 써놓은 글은 하드디스크와 함께 세월 속으로 사라지기 일쑤였고 그마저도 아무도 읽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자기 만족에 그치는 일이죠.

아 마도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와 밤을 새워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논쟁을 해본 일이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단 한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어떨 때는 말이 먹히지 않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책상을 내려치게도 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의견을 펼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은 내 삶의 가치와 연관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내 학식이나 연구가 뛰어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얻는다면 세상에 그만큼 기쁜 일이 있겠습니까마는 단 한 사람만 내가 쓴 글을 찬찬히 읽어 준다면, 거기다가 공감이라도 표해 준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직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밤을 세워본 일이 있으세요?

블 로그 가치 논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생각한 것만큼 방문자들이 많지 않고 구글 애드센스 등을 통한 광고 수익도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칠때, 나는 밤새 고민고민하며 썼지만 덧글이 하나 달리지 않거나 악플이라도 달리는 날에는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친구야 너도 블로그를 시작해라(뉴욕에서 의사하기)


하 지만 저는 가끔 그런 경험을 합니다.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고 나면 오히려 내 생각이 더욱 분명해지고 막연했던 것이 구체화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글을 쓸 때 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글 을 쓸때는 말을 할 때와 달리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이나 위키백과 등을 통해 내용을 확인합니다. 나아가 글의 기승전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 생각도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진 글이 인터넷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누군가가 짧은 덧글이라도 남겨주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논어에 보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다라는 말이 나옵니다(人不知不慍 不亦君子乎). 그만큼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또 그만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세상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 한 뼘을 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은 Nihilism for blogging이라는 포스트에 대한 트랙백으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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