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할 돈으로 친엄마를 지원하라



여러분은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동안 막연히 '숭고한 봉사' 정도로 생각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마음으로 낳은 아기'라는 표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구요. 하지만 그 이면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어렸을 적(초등학교 5학년때 쯤), 우리 집에는 한 여섯 살쯤 난 여자 아이가 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당시 미혼부에 의해 키워지다가 아빠가 술만 먹고 들어오면 아기에게 행패를 부려서 아기 조부모가 몰래 몰래 키우다가 도저히 키울 수아 없어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 우리 이웃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도 남의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유독 저의 어머니를 잘 따랐고 어머니도 인정에 이끌려서 그 아이를 데려다 키웠습니다. 우리 집은 두 형제로 당시로서는 식구가 매우 적은 편이어서 어머니는 내심 딸 삼아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었나 봅니다. 그때 그 아이에게는 '지훈'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이쁘게 키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한 6개월 정도의 우리집 생활을 마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인지, 어디로인지 떠났습니다. 저도 당시 나이가 어려서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아이의 친 조부모가 키우겠다고 해서 돌려보낸 것으로 막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채 30호도 되지 않는 작은 저희 마을에는 그녀 외에도 두 명의 입양 아이들이 더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가정 형편도 어려운 집이었지만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대를 잇겠다며 데려다 키운 경우였고 나머지 한 명은 여자아이였는데 집에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무슨 이유로 키우게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먼저 말한 남자 아이의 경우는 부모가 이미 나이가 많았고 누구를 키울 일반적인 수준 이하의 사고를 가진 집이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교육도 시키지 못했고 초등학교를 마치자 친척집에 가서 기술을 배웠습니다.

여자 아이는 다른 형제들과 큰 차별 없이 자랐습니다. 그 집은 우리 동네에서도 제일 수재들의 집이었고 그 여자 아이는 전문대까지 다녔습니다.

그들은 지금 모두 서른 안팎의 성인으로 자랐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어렵게 자란 아들은 지금도 나름대로 아들로서 역할도 하고 부족한대로 효도도 한다는 것입니다. 왠지 전해지는 얘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비교적 넉넉하게(그것도 우리 동네 수준 범위에서이지만) 자란 여자 아이는 그렇지 못하고 나름 부모 속을 많이 썪힌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벌써 30년 전, 그들이 태어날 때만 해도 그렇게 시골에서는 아이들을 키울 수 없어서 남의 손을 빌려 키워야 했던 사연이 적지 않았나 봅니다.

우연히 한겨레 21의 실린 기사를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생후 6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후 지금은 모국으로 돌아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쓴 글입니다.

아기 살 돈으로 친엄마를 지원하라

내용은 이렇습니다.



입양은 자선이 아니라 사업이다. 미국인 부부가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아이를 입양하는데 드는 비용은 2만5천여 달러. 우리 돈으로 3200만원에 이른다.

미국의 입양 부모들은 한국 아이들이 친부모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도울 만큼 재정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데려오기만 한다.

입양 기관들은 미혼모 시설과 관련을 맺어서 아기들이 곧장 친엄마의 품에서 입양 가정으로 옮겨지도록 한다. 오늘날에는 이런 행위를 '합법적인 어린이 유괴'로 부른다.

입양은 의학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입양 아동은 자신의 유전학적 과거를 알지 못해 가족 병력에 대한 간단한 답변도 할 수 없고 백혈병 같은 질환을 앓는 입양 아동은 자신에게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찾을 수 없어 사망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입양 자체가 거의 없는데, 정부가 직접 미혼모를 포함한 엄마들에게 자신의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사랑에 기초한 행동이 될 수 있긴 하지만, 입양의 첫 단계는 엄마와 아이를 분리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의 정체성을 없애지 않고 (즉, 친부모의 존재를 알도록 하면서) 입양하는 가정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이모·삼촌·조부모 등이 보살피도록 이들 친족에게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 등도 국제 입양이나 국내 '비밀' 입양보다는 훨씬 나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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