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피습 빈번, 의사 국민간 불신 걷어내야 할 때



의사의 피습 기사가 심심치 않게 올라 오고 있습니다.

2008년 6월에는 대학 교수가 진료에 앙심을 품은 환자로부터 지하 주차장에서 피살됐습니다. 환자는 발기 부전으로 인해 의사에게 수 차례 진료를 받았으며 의사는 발기부전제를 처방했는데 효과를 보지 못하자 앙심을 품고 의사를 살해했습니다.

당시 범인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완전 범죄를 꿈꾸었지만 치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의 소행일 것이란 전제 하에 수사를 접근해 가자 도피 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자살로 끝을 맺었습니다.

대전 C대학병원 살인사건, 진상은 무엇인가!(의사 블로그)

의사들의 피습 사건은 이것으로 그치치 않습니다. 2008년 11월에는 부산에서 의사 피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피습 의사는 얼른 치료를 받아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아찔했던 순간입니다.

그러던 차에 21일, 광주에서 또 여의사가 피살됐다고 합니다.

女의사 피살 계획된 범행?(전남일보)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또 환자에 의한 범행일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직접 의사를 겨냥하지는 않지만 병원을 대상으로 한 난동은 더 많습니다. 응급실에서 폭력조직의 난동은 뉴스거리가 되지도 않을 만큼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진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가족들에 의한 난동도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내시경 받은 아내가 배 아프다고 쫓아온 남편의 행동(의사 블로그)

수년 전 어느 대학 병원에서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가 숨지자 환자의 관을 병원 로비에 놓고 시위를 벌이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사회 고위층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전공의 또는 간호사의 뺨을 때렸다는 얘기는 고전이 된지 오랩니다.

뿐만 아니라 연약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범죄는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환자나 그 가족에 의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에 대한 범죄는 분명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회 현상입니다.

첫 번째는 의사,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입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의사 앞에 서면 마치 재판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죄인이 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결국 치료를 받기 위해 본능적인 굽신거림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면 공연한 배신감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사에 대한 불신감이 더해지면 급격히 증폭되는 것입니다. 지난 의약분업 이후 이런 불신감이 극도로 증폭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 의사 파업이 국민들에게 미친 영향은 의외로 컸습니다. 게다가 의사에 대해 좋지 않은 보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언론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이유로 의사를 매도하는 내용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기사화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사, 환자간 불신은 치료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을 때 쉽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무엇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멀쩡한 사람이 수술실에 걸어 들어갔는데 까닭 없이 죽었다"는 투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을 들었을 법한 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의사들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먹고 치료에 나서는 것도 아닌데 나쁜 결과가 나오면 마치 의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기라도 한 것처럼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또 하물며 사람의 손으로 만든 자동차도 고장나면 그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없고 또 수리 과정에서 더 나쁜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수억년 진화의 최종 결과물인 인간의 몸을 다루는데 모든 인과관계를 미리 알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항변입니다.

때문에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의료사고를 다루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입법 공포되기는 한 참 멀어 보입니다. 당장 지난 회기에만 해도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관련 시민단체와 관련 법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지만 결국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의료사고 과실 의사가 증명해야

모든 사람을 예비 벙법자 취급하는 '피고의 입증 책임'(의사 블로그)

의료사고법, 의료계의 로비와 압력에 국회 굴복(오마이뉴스)

합려적인 의료사고법위해 머리 맞대야(메디게이트뉴스)

세 번째는 강력한 처벌과 적극적인 사회 개입입니다.

지금까지 경찰이나 법원 판결에서도 의료 관련 범죄에 대해 그 중대성을 깨닫지 못하고 일반 범죄사고와 똑같이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병원 난동이 발생해도 경찰들은 수수방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파장이 병원 전체로 미치고 병원 내에서 진료받는 모든 이들에게 돌아갈 것은 불보듯 뻔한 것입니다.

의사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의사들은 점점 소신진료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최근 버스 기사에 대한 공격이 빈번해지면서 이에 대한 특례법이 마련되고 운전중인 버스 기사를 공격했을 때에는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의사와 환자, 국민간 신뢰 회복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이제 언론은 의사만 씹으면 기사가 된다는 관성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의료 발전을 위한 건전한 정책 제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또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본능적 피해 의식도 이제는 덜어내야 할 때입니다. 건전한 계약관계로서 합리적인 선에서 진료 결과를 기대하고 (의료 사고시에도)합리적인 선에서 보상을 요구해야 합니다.

나아가 의사들도 이제는 의약분업 투쟁 이후 누적해 온 국민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둬 들여야 합니다. 현 의료 제도에 대해 깊은 불만을 얘기하면서도 정부에서 제도 하나만 고치려고 해도 나쁜 의도가 있는지 가시를 바짝 세운 고슴도치처럼 웅크려서는 어떤 발전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의사들도 국민, 정부에 대한 불신 거둬야

이제는 의료계나 정부나 시민단체나 서로를 이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대화의 장에 나서서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따질 것은 따지고 정치적으로 흥정할 것은 흥정해서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들을 도입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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