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패배가 투수 책임이면 감독은 뭐하나?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팀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까지 기록으로 보관된다. 기록만 봐도 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복기가 가능한 스포츠다.

그런데 영 쌩뚱맞은 기록이 하나 있다.

투수의 승/패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투수에게 있어 승/패 기록은 그 투수가 얼마나 잘 했는지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어떤 투수를 지칭할 때 몇 승 투수인가를 묻는 것은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기준이 될 정도다.

그런데 투수는 그 게임의 승패를 결정할 어떤 능력도 없다. 다만 마운드에서 열심히 공을 던질 뿐이다. 승/패는 너무도 당연하게도 팀원 전체의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승/패를 책임지는 것은 감독이다.

감독은 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선수를 기용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최종 판단을 내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공을 잘 던지는 투수도 감독의 손가락 지시 하나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거기에다다 불만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팀 전체를 흔드는 행위가 된다.

반면에 투수는...

공을 열심히 던질 뿐이다. 타자가 안타를 못 쳐도, 야수가 실책을 해도 교체는 고사하고 질책도 못한다. 점수를 지키는 일만 담당할 뿐 점수를 내는 일에는 관여를 할래야 할 수가 없다. 

더 억울한 것은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에 일어난다. 

한번 마운드에서 내려간 투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일 뿐이다. 하지만 다음 투수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면 그동안 잘 해왔던 자신의 기록은 사라지고 만다. 잘못은 없는데 책임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가 덕아웃에서 의자를 던지고 기물을 파괴해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다 이런 경우다. 

책임은 돌아왔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의자를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결과는 또 승/패를 통째로 책임지고 있는 감독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감독이 투수교체를 할 때도 투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독도 인간인 이상 투수에게 있어 승, 패라는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부담은 비단 감독뿐만이 아니다. 중간 계투 투수를 비롯해 다른 야수들에게까지도 불필요한 부담을 안기게 되고 결국 팀이 제일 우선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투수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팀플레이는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강해지게 된다.

문제 해결은 어렵지 않다.

승/패 기록을 없애로 방어율만으로 투수를 평가하면 된다.

방어율은 투수가 내준 점수만을 가지고 평하되기 때문에 가장 공정하고도 정확하게 투수의 성적을 보여준다. 타자에게는 타율, 투수에게는 방어율.... 가장 정직하고 공정한 평가 방법이다.

단 1점을 내주고 패배를 기록한 투수, 5점차를 안고 내려갔지만 결국 역전당한 투수 모두 억울한 투수들이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기록해 주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기록되지 않은 모든 사실은 잊혀진다. 그날의 억울함은 어디가고 '패전'이라는 기록만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승/패는 고스란히 감독 몫이다. 때문에 선수 운용에 대한 감독의 지시는 엄중해야 하고 모든 선수들은 이를 하늘같이 따르는 것이다.

그동안 투수에게 지워졌던 승/패의 기록의 굴레를 벗겨내야 진정한 팀플레이로 야구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투수가 아무리 마운드 높은 곳에 섯다고 해도 그는 10명 중 한 명의 선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 해도 결국은 팀이 우선돼야 강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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