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라 멀리는 못 가고 충남 일대를 돌았습니다.
세종시
우여곡절끝에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가 첫 코스였습니다.
자연 발생적 도시가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 설계된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보고싶었습니다.
세종시는 아직 완성된 모습이 아니어서 그런지 조금 어수선한 모습이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도시까지 이어진 도로는 넓게 조성되어 좋았지만 아직은 교통량이 적어 황량했습니다. 도시에 들어서면서는 여기저기 아직도 공사중인 아파트들이 보였고 공사차량도 많이 오갔습니다.
길 바닥에도 흙먼지가 쌓여 있어 지저분했습니다.
하지만 시내로 접어들자 넓직하게 자리잡은 호수가 순식간에 어수선한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호수는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고 지나치게 인공미가 가미돼 있었습니다.
여러 정부 청사 건물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고 유기적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만화에서 보던 미래도시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강 건너 상가 권역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갑사
계룡산 깊숙히 자리잡은 갑사는 생각보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절집이었습니다. 대부분 주요 건물들이 맞배지붕에 주심포 형식으로 아담했습니다.
아직도 절 경내에는 사람이 손이 많이 타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것은 절 입구에 자리잡은 지어지다 만 콘크리트 건물이었습니다.
애초에 무슨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지어지지 말았어야 할 건물이었습니다.
논산
논산은 시내 중심가를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많은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곳일 수밖에 없는 논산은 저에게도 그리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딱히 볼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논산 시내는 비교적 크고 번화했습니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
몇기의 횡혈식석실분이 있었습니다. 4천왕을 그린 벽화고분도 있었습니다. 규모는 고대 왕릉이라고 보기엔 많이 작았습니다. 신라의 것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고 그저 요즈음의 무덤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정림사지 5층탑
정림사지탑은 수년 전에도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 여름의 무더위로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휴관일이라며 볼 수 없답니다. 물론 휴관일에 공무원들이 쉬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마당 한가운데 있는 것을 자기들이 쉰다고 멀리서 온 사람들까지 못보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울타리 건너에서 깨끔발을 하고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청양
방기옥고택(향원재)
숙소로 조선시대 양반가의 맛을 즐길수 있는 방기옥 고택을 선택했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예약도 없이 찾아온 젊은이에 많이 놀랐습니다.
4인가족 1박 대실료가 비수기 주중가격으로 10만원.
우리가 잔 방은 사랑채였는데 작은 방 두칸이 연결된 방이었습니다. 바로 옆으로 사랑마루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혹시 아궁이를 때서 난방을 하는 것이 아닌지 기대했는데 전기보일러를 이용한 난방이었습니다. 스위치를 올리자 채 10분이 안되어 뜻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화장실과 씽크대는 다른 칸에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전기온수기를 이용해 따뜻한 물이나왔고 가스렌지까지 설치돼 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고택의 느낌은 잠을 한참 자다가 절감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실내공기가 전혀 따뜻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불을 어깨 위까지 아무리 덮어도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방바닥이 아무리 뜨거워도 추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다 말고 옛날 고택들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름에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들도록 설계됐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보온이 잘되도록 무얼 어떻게 했다는 말은 못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시골에서 살았던 초가집은 벽도 두꺼웠고 안방은 대체로 광이나 부엌으로 둘러싸여 나름 우풍에 대한 대비도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반가는 난방에 관한 한은 영 꽝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폼잡느라 그랬을 것라는 데 생각이 이르니 그 바람에 아랫것들만 또 얼마나 볶아댔겠나 싶습니다.
청양 읍내 그리고 저녁
저녁은 청양읍내로 나와 사먹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간 집은 정육점과 고깃집을 겸한 곳이었는데 모둠 쇠고기가 1인분에 17000원....
싼 맛에 선택했지만 맛은 그대로 먹을만 했습니다.
청양 읍내는 말 그대로 읍내... 꽤 넓은 사거리에도 신호등이 없는게 신기했습니다. 충남 지역을 여행하는 내내 그러했는데 아마도 느긋한 충청도 양반들 성격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 날에는 12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까닭에 느긋하게 구경도 못하고 서둘러 올라와야 했습니다.
다만....
청양에서 보령으로 가는 길은 아마도 바위로 유명한 곳인지 커다란 바위들을 마당 한가득 쌓아 놓고 글씨며 문양이며 새기는 모습이 이채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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