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 타고 아산, 예산 드라이브


 
 
드라이브 하면 보통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가는 와인딩 코스를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널찍한 평야지대를 선택했습니다.
 
비로소 봄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맑은 공기를 한껏 마시고 싶었습니다. 요 며칠간 초미세먼지와 황사가 하늘과 신문지면을 온통 덮었는데 우중충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7일 아침 일찍 출발해 아산과 예산 일대를 한 바퀴 돌고 올라왔습니다.
 
이날은 다행히 전날 내린 비로 황사는 산뜻하게 씻겨 내려갔습니다. 덕분에 니로는 온통 누런 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서울에서 아산까지의 길은 고속도로이거나 고속도로에 준하는 도로였습니다. 토요일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한 번도 정체 구간을 거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길에서 니로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그야말로 완소입니다. 가끔 새로운 도로로 진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굳이 차선을 바꿔야 할 때만 조금 신경써준다면 그 외 주행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그저 핸들에 손을 살짝 얹고서 콧노래만 불러준다면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습니다.
 
 
외암민속마을
처음 들른 곳은 외암마을입니다.
 
외암마을은 다른 민속촌과 달리 대감집 기와지붕보다는 초가지붕을 인 집들이 많아 훨씬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마을은 작은 개천을 끼고서 평지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강가에는 작은 물레방앗간이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란 기대를 만들었습니다.
 
추사 고택

추사고택은 너른 평야 지대에 야트막한 구릉을 끼고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울타리로 정방형 마당을 만들고 그 안에 사랑채와 안채를 별도로 구성했습니다.
 
사랑채는 자 모양의 열린 구조로 입구에 자리 잡았습니다. 기둥에는 추사의 글씨를 걸어두었는데 아마도 최근에 그렇게 한 듯합니다.
 
안채는 자 모양의 닫힌 구조로 높은 단을 딛고 올라가도록 하여 건물만 보고도 당시 그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지금이라도 그 정도의 집을 지으려면 10억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글씨와 그림, 제주도의 유배생활 등을 위주로 알려져 있고 그 정치적 지위나 역할에 대하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위세는 건물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덕사
추사고택에서 수덕사로 가는 길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은 추사고택 뒤 구릉을 넘어서 가는 길로 안내했습니다. 내비의 안내대로 가보니 길은 시골 경운기가 다니는 정도의 작은 마을길이었습니다. 그 길에서 만난 보리밭은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보리밭 옆의 매화도 활짝 피어서 아직 남아 있는 한기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구릉을 넘어서니 길은 평야지대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갔습니다. 하지만 길은 대로로 나 있는 것이 아니라 포장은 돼 있어도 오히려 논두렁길에 가까운 길이었습니다. 맞은편에서 차라도 온다면 조금 넓은 곳에서 한참을 기다려 양보해야 했습니다.
 
꾸불꾸불 산을 넘어가는 와인딩로드도 재밌지만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느릿느릿 봄을 느끼며 가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수덕사도 그 평야의 끝에 있는 높지 않은 산의 중턱에 있었습니다.

 
절은 규모도 꽤 컷고 나름 가람양식도 제대로 갖추었습니다.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해탈문, 대웅전이 산의 높아지는데 따라 한 줄로 늘어섰습니다.
 
특히 국보로 지정돼 있는 대웅전은 아마도 고려시대 지어진 듯 보였습니다.
 
주심포 양식이나 배흘림기둥, 단출해 보이는 모습까지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팔작지붕의 무량수전과 달리 대웅전은 맞배지붕을 해서 더 소박한 모습입니다. 또 지붕의 처마선도 직선으로 돼 있어서 조금 무뚝뚝해보였습니다.
 
18.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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