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우대는 신계급사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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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교 등급제는 또다른 형태의 계급사회

각종 신문에서 고대 고교 등급제의 본격적인 적용이 기사화됐다. 고대 스스로는 부인했지만 앞뒤 사정을 볼 때 어찌됐든 일부 특목고를 우대했다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은 한 오만 가지쯤 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랫동안 사귀어보는 것이다. 평생을 같이 살 배우자를 고를 때는 대부분 이런 방법이 선택된다.

물론 믿을만한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그 사람을 보증할만한 각종 공공 서류(주민등록등본, 은행 통장 계좌, 건강검진결과 등)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정치인을 뽑을 때는 과거 행적이 어떤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주장을 하는지도 잘 들어봐야 한다. 회사에서는 무엇보다 직접 물어보는 면접이 최고의 선발 방법이다.

이런 방법의 선택은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배우자를 뽑는 것인지, 직원을 뽑는 것인지, 학생을 뽑는 것인지에 따라 선발 기준도, 평가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그럼 대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력이 될 것이다. 학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이 성품이 좋은 학생이나 재산이 많은 학생, 몸이 건강한 학생보다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도 기준은 복잡하기만 하다. 특정 과목을 잘 하는 학생을 뽑을 것인지 골고루 잘하는 학생을 뽑을 것인지, 시험을 한 번 볼 것인지, 여러 번 볼 것인지, 어려운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고를 것인지, 쉬운 문제를 두루 잘 푸는 학생을 풀 것인지...

사람을 뽑는 방법이 이렇게 많은데 또 두루 욕먹는 방법도 있다. 지연, 학연, 혈연이 바로 그것이다. 객관적 기준이나 평가 없이 특정 지역이나 학교, 친인척관계를 통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뽑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정 종교나 교회출신을 우대하는 것도 같이 욕먹는 대상이 되곤 한다.

특정 학교만 뽑은 것이 아니라 좋은 학교를 조금 더 우대했을 뿐인데...
좋은 학교를 우대했다면 그 좋은 학교라는 고등학교는 또 어떻게 학생을 뽑을 것인가? 나쁜 학생도 그 학교 가서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좋은 학생을 뽑았다는 것을 믿는 것인지... 그럼 대학도 나쁜 학생 뽑아서 좋은 학생 만들 자신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고등학교만큼 학생 선발에 자신이 없는 것인지? 어쨌든 핑계가 안된다.

결국 계급사회로 환원
조선시대에도 양반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지위와 권세를 누렸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에도 나름대로는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쳐야 했다. 다만 엘리트 코스라는 것이 있었다. 다만 이 코스의 접근권이 아무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정말 치열하게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는 일부 계층에만 제한된 것일 뿐이었다.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부터 과외, 과외, 과외로 다져진 시력으로 특목고 가고 바로 서울, 연고대 가고, 바로 중앙 정권의 가까이에 포진되고 또 경제계를 휘어잡고 자식들은 또 특목고 가고... 일반인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엘리트코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유능하다는 것만 인정되면, 진정 사회지도층이 될만한 교육과정이라는 것만 인정되면 무슨 상관이랴.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 사람들, 오직 출신 학교에 의해서만 평가되고 시험 결과에 의해서만 평가되는 이런 사람들이 다른 방법의 뽑기- 오랫동안 사귀어보기, 과거 행적 짚어보기, 직접 물어보기- 등의 방법에서도 일등할 수 있을 까?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운 결론이다. 계급사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능력보다도 계급이 우선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신 계급사회는 능력보다 출신 학교가 우선하는 사회, 시험이 우선하는 사회, 그 학교와 시험이 특정 계급에게만 유리한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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