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보수 정당?


파워블로거 도아님을 블로거를 RSS구독한지 꽤 됐습니다. 그러던 중 그동안 못 보던 포스트 중 하나가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한나라당을 보수라 부르지 말자
제가 평소 주장하던 바와 일치해서 얼른 읽어 봤습니다. 하지만 논거는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 또 놀랐습니다. 도아님은 본문 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나라당을 보수로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보수라면 우리나라에 우파는 없다. 또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당이 좌파다. 모든 당이 한나라당 왼쪽에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보수면 선진당은 좌편향 보수, 민주당은 좌파, 민노당은 극좌가 된다. 수구를 보수라고 부르기 때문에 민주당이 좌파가 된 것일 뿐 민주당은 좌파가 아니다. 오히려 우편향 보수에 가깝다.

도아님은 한나라당은 극우기 때문에 그를 보수라고 해버리면 민주당이 좌파, 민노당은 극좌가 되는 오류가 생긴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제 의견을 담아 덧글을 남겼습니다.

'한나라당을 보수라 부르지 말자'라는 명제에 깜짝 놀라 얼른 들어와 봤습니다. 제가 평소 주장하던 바와 그대로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된 글이군요. 그리고 그 내용은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바와 정반대입니다.

대 부분 한 사람(또는 정당)의 성향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분류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이에 이런 분류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거대정당인 한나라, 민주 두 당을 그대로 섞은 후 그 정책만 가지고 두 정당을 찾기 게임을 하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당원들(특히 국회의원)을 그대로 섞어놓고 분류하려 해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억지로 나누어 더 보수니 덜 보수니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를 제대로 보는 방법을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당은 애초 당의 뿌리에서부터 보수와 진보를 정책적 선명성을 갖고 창당된 것도 아니고 정강정책 어디에도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있는 차이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민주와 반민주로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두 당의 뚜렸한 차이가 한 눈에 드러났고 국민들도 선택하기 쉬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놓으니 국민들도 투표를 해 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가 보기에는 부자 정당, 중산층 정당 정도로 나누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백성들이, 특히 경상도 지방에 있는 어르신들이 한나라당을 보수정당인 줄 알고 찍었다가 왜 자꾸 자신의 이익, 또는 지향과 반대되는 정책만 하는지 헷갈려 하시더군요.

저는 또 우리나라 보수가 친일이라던가 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그들은 애초 보수단체가 아니라 친일단체였을 뿐입니다. 다만 이를 감추기 위해 스스로 보수라고 포장을 했을 뿐입니다.

사실 그들에게 보수라는 이쁜 명칭을 부여한 것도 생각해 보면 진보였습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하기 위해 상대에게 이쁜 이름을 선사한 것입니다. 그것이 굳어져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이상 친일단체의 지지를 받는 친부자정당에 보수라는 명칭을 쓰지 맙시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도아 2009/04/23 05:34

정 반대라고 해서 읽어 보니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일단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사 민주, 한나라가 아니라고 해도 정치적 성향을 무자르듯 진보와 보수로 자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글에도 있지만 진보, 보수로 나누면 민주, 한나라 모두 보수입니다. 도표를 보시기 바랍니다.

보수를 다시 보수, 우파, 수구로 나누면 수구에 한나라, 우파에 민주가 옵니다. 즉 둘다 보수로 본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무엇이 반대라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아마도 제가 제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서툰가 봅니다. 그래서 다시 덧글을 쓰다가 남의 포스트 덧글을 제 게시판마냥 쓰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 링크를 걸기로 맘 먹었습니다.



한나라당을 굳이 나누자면 보수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물론 민주당도 그렇구요.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일반론적으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향과 같느냐는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념과 한나라당과 공유하는 점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해 저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차이가 과연 그들이 너무 보수(극우 또는 수구)여서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보수적이 층 가운데에서도 부자라는 극히 일부만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층 가운데에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가난한 사람은 대변하지 않습니다.

도 아님도 스스로 보수를 자처하셨는데 어느 쪽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해 보이는 것은 한나라당이 도아님의 의견을 대변해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보수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을 보수라로 불러도 될까요? 보수(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인 당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게 극우든 꼴통이든 보수를 대변하지 않는 당은 보수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국민 보수와 보수 정당, 국민 진보와 진보 정당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후에는 잘못된 후보를 찍었다고 손가락을 자릅네, 마네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는 잘못된 명칭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베이컨의 4대 우상론 가운데 '시장의 우상'과 같은 것입니다.

저도 지금 정확히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마는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이름 붙이기가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부자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운동 선수가 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보수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도둑놈이 진보라고 해서 진보 도둑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진보나 보수가 그들을 대변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 보수적이라고 해서 보수라고 부르면 안됩니다. 그들은 더이상 보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아님의 의견은 한나라당은 보수가 아니라 극우, 수구라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한나라당은 보수의 더 오른쪽, 혹은 극단적인 보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수, 진보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 보수라고 해서 더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많는 사람들은 더 극단적으로 자기와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이 말한 수구가 제가 말하는 부자당과 일치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보수 진보의 라인 위에 있지 않으며 '더 보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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