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서 직접 본 LG-기아전, 초반부터 김 빠지네


저만 가면 지는 불운은 언제면 끝이 날까요?

그냥 지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TV 중계를 봤다면 진즉 편안한 마음으로 잠 들었을 경기 내용을 참으로 한껏 보여주더군요. 초반부터 빼앗긴 승기는 애초에 우리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한 한 판이었습니다.

사실을 18일(토요일)에 야구장에 가자고 가족들에게 제안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상대팀 기아 선발은 그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WBC의 윤석민이고 LG 선발은 그 동안 저에게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직접 관람에서 패배를 보여준 최원호였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직접 관람 일정을 하루 늦췄습니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LG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더군요. 이미 아쉬워하기엔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애초 마음 먹었던 날, LG는 놀라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그리고 하루 늦춰 찾아간 야구장. 야구장은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저는 게임 시작 시간보다 30분 이르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잠실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나 있는 야구장 후문 쪽은 이미 올림픽대로까지 수백 미터가 넘게 차가 밀릴 정도로 줄이 늘어서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정문을 노리고 크게 돌았습니다. 한참을 나라시한 후에 도착한 정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폐쇄돼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갓길은 이미 무단 주차 차량으로 꽉 차 있는 탄천 옆 도로를 지나 다시 올림픽대로로 나갔습니다. 그리고고 올림픽대로 옆 빈 공간을 찾아 남들과 같이 무단주차를 하고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안내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무단 주차를 단속하는 사람도 없었고 무질서를 조장하는 사람도 없었고 쓸데 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찾아 들어간 운동장의 주차장은 너무도 평온했습니다. 주차공간은 너무 널찍했고 도대체 무슨 문제로 주차가 그렇게 어려웠는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야구장을 찾았지만 주차가 그렇게 어려운 적은 없었습니다.

주차때문에 지독히 고생한 입장

예상대로 관중석을 만원이었습니다. 지정석, 내야석, 외야석까지 계단에 까지 꽉 찰 정도로 대 성황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하나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승부는 이미 2회에 판가름이 난 상황이었고 3회 최희섭이 외야 상단 펜스, 제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꽂힐 때는 오히려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외야에서 날아오는 홈런을 보는 느낌은 다른 자리와는 확실히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제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오는 홈런은 '딱 ' 하는 순간부터 약 5초간에 걸쳐 점만한 공이 가만히 점점 커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상대 팀이 친 홈런이었지만 아낌 없는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8회에 친 홈런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서인지, 승부와 관련이 없어서인지 감동이 없었습니다.

점 같던 공이 점점점점 커지는 홈런

오늘 기아 승리의 또 다른 히어로는 1번 타자 김원섭이었습니다. 김원섭은 토요일 1회 선두타자로 나와 홈런을 쳐 인상이 깊었습니다. 전에 이종범이 전성기때 1회 선두타자 안타를 여러 번 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를 다시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홈런 한 방이 부족해서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사이클링 히트를 놓쳤습니다.

홈런 한 방이 부족한 사이클링 히트

LG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웠습니다. 특히 페타지니의 부상 공백은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선발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옥스프링도 두고두고 그리웠습니다. 공격 때는 새로 데려온 이진영, 정성훈과 기존의 최동수를 빼고는 그냥 수비 전문 선수로 생각하고 공격에서는 거의 기대를 안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바람돌이 이대형도 이제는 무엇 때문인지 더 이상 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펜스도 당겼겠다 홈런타자로 전향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섯 살짜리 아들은 이제 두산으로 전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산은 서울 홈팀이고 홈런도 잘 치고 안타도 잘 치는 김현수가 있어서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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