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장애인 주차장은 특권 아닌 필수

이제 한 시간여밖에 남지 않은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장애인 주차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여덟 살짜리 장애인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아들은 사지를 전혀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갈 때도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때도 엄마가 차로 태워가야 합니다. 물론 차까지는 휠체어를 이용하고 가끔은 그냥 안아서 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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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몇 개의 장애인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한결같이 아파트 입구에서 먼 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리실에 강력히 항의해서 그 중 한 자리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그 후로 그 자리는 대부분 저희가 사용합니다. 하지만 저희 말고도 다른 주민들도 주차시킬 때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저희 말고는 그 자리에 주차시키는 차는 거의 일정합니다. 늘 같은 차가 장애인 차량 딱지가 붙어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외출했다 돌아와 보면 그 자리에 주차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같은 차가 장애인 주차 위반

여러분은 장애인 주차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1. 절대 장애인 주차장에는 주차하지 않는다.
  2. 일반 주차장이 없을 때는 그냥 주차한다.
  3. 별로 개의치 않는다.
  4. 장애인 주차장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다. 우선 주차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주차장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왜 장애인들에게 특권을 줘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 차에 태우면 가끔은 어디서(어떻게) 장애인 딱지를 얻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장애인 주차 딱지는 쉽게 얻을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도 죄의식은 불구하고 사회적 특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쟎은 게 현실입니다.

"어디서 얌체같이 딱지 하나 얻어서 가스차 사고 기름도 싸게 넣고 주차장까지 넓고 좋은 데로 쓰고···. 장애인이라고 조금 먼 데 주차해서 걸어가면 안 되나?"

장애인 주차 딱지는 쉽게 얻을 수 있는 특권?

저희 아파트에는 지하 주차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겨울에 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도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합니다. 차가 얼면 시동도 잘 안 걸리고 차내가 따뜻해질려면 시간도 한참 더 걸리지만 지상에 주차를 합니다. 왜냐하면 지하에는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은 봄에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액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항상 같은 자리에 주차합니다. 조금 지나 여름이 와도 우리 차는 지하 주차장을 찾지 않가 바보처럼 같은 자리에 주차합니다.

몸이 불편한 곳이 없는 여러분에게는 장애인 주차장은 단지 거리가 가까운 주차장이겠지만 장애인에게 장애인 주차장은 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입니다.

가끔은 장애인 딱지가 있다고 장애인도 타지 않았는데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한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화가 났다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도 저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 들어와도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왜냐하면 다음날 아침에는 제 아들이 타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어떤 때는 바로 아내가 차를 몰고 나가기도 하고 또 제가 차를 몰고 나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언제나 몸이 불편한 제 아들이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합니다.

장애인에게 장애인 주차장은 필수

아무튼 몸이 성한 일반인 여러분들께는 여러 모로 죄송합니다. 사회의 모든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 써야 하는데 장애인이라고 특권을 차지하니 이를 감수해야 하는 일반인들께는 어찌 보아도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주로 쓰는 장애인 주차장에는 또 그 일반인 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전에 한 번은 제가 화가 나서 아파트 관리실에 장애인 주차장 단속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런데 저희 바로 옆집에 사는 통장님이 이런 사연을 듣고 주차 위반 딱지를 몇 장 가져다 주시더군요. 일반 차가 세우면 바로 붙여버리라고.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 장도 못 쓰고 있습니다.

"저 자리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은 꼭 몸이 불편하지 않아도 마음이나 정신이나 불편할 수 있다.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아서 다만 성히 다니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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