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억울한 병원비' 방송, 진짜 억울한 것은 병원

MBC PD수첩이 지난 14일 "억울한 병원비, 두 번 우는 환자들"이라는 방송이 나간 뒤 의료계 여기저기로부터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애초에 PD수첩을 보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떤 방송이 나갔길래 또 이런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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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정보]MBC 'PD수첩' 억울한 병원비, 두 번 우는 환자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두 가지 내용입니다. 하나는 병원에서 진료비 부당청구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당청구된 진료비를 돌려받으려고 해도 병원 협박 등으로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그 돈만 부당 청구 하지 않았어도 아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

황영례씨 아들은 2004년 발병하여 집을 경매 로 넘기면서까지 마련한 4천 만 원으로 치료를 유지해 왔으나 결국 2천 만 원의 수술 비가 없어 마지막 골수이식 수술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황씨 아들에게는 2007년 1,900만원을 환급받으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급통보가 있었다. 환급금액은 황씨 아들이 골수이식을 받을 수 있 는 수술비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얼굴에 선천성혈관기형인 화염상모반을 앓고 있는 정은경씨는 지난 3월 파산신청을 했다. 6년 동안 1회에 100만 원하는 레이저시술 비용을 충당하느라 신용불량자에서 결국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한 결과얼굴에 있는 화염상모반의 경우 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1회에 단돈 2만 2천 원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3월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8년 진료비 확인 민원 총 2만 여 건 중 절 반 이상이 허위 부당청구로 확인됐다고 발표 했다.

"넌 안 아플 줄 아느냐, 너 아파서 우리 병원 오면 어떤 대우 받을지 걱 정 안 되냐"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

담낭암으로 치료받던 어머니를 의료 사고로 잃은 민지희씨. 민씨는 2005년 어머니 가 돌아가신 후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다. 얼마 후 민씨에게 병원에서 민원제기 를 철회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민씨가 계속 거부하자 병원의 합의요구는 협박으로 돌변했다. "넌 안 아플 줄 아느냐, 너 아파서 우리 병원 오면 어떤 대우 받을지 걱정 안 되냐" M씨는 총 진료비 7,000여 만 원 중 3,300여 만 원에 대하여 환급 통보를 받았다. 총 진료비 중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 국민의 세금도 과다 청구 병원측 "당신이 낸 돈이 없는데 무슨 돈을 돌려받겠다고 그러냐"

신명균씨는 재작년 수술비가 없어 군청에서 긴급 의료 지원을 받아 척추 수술을 했 다. 신씨는 총 진료비 500 여 만 원 중 100여 만 원이 부당 청구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씨는 다른 환자들 이 지원 받을 수 있게 군청에 돌려주고 싶었다. 신씨에게도 군청에도 돌아가지 못하 고 눈먼 돈이 되어버린 지원비. 국민의 세금도 과다 청구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 할 엄두도 못내는 환자들

현재 대형 종합병원에 다니고 있는 암 환자들은 진료중인 병원에서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 두려워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작년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낸 2만 4,800건 중에서 민원을 취하한 비율은 전체의 26%였고, 이 중 대형 종합병원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가 취하한 비율은 55%로 절반을 넘어 섰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 현장에 대해 무지한 PD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먼저 백혈병 환자사례 소개에서 과중한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이 골수이식을 못하고 결국 사망했는데 이의신청 결과 환자 사후 부당청구액 환급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힌 것은 지난 200612월 발생한 성모병원 백혈병사태와동일한 문제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사건으로 아직 책임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의료계에서는 잘 알려진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성모병원, "우린 부당청구 안 했다"


특히 복지부는 성모병원 백혈병 사태 이후임의비급여가 건강보험제도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시인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임의비급여, 해결방안 견해차 커

임의 비급여 병원 탓, 필요악?


그런데 PD수첩은 본질적인 문제인 잘못된 제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의사와 의료기관이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부당청구를 일삼고 있는 것처럼 오도했다는 것입니다.


의료계는 또 진료비 확인 민원 관련, 병원의 회유와 협박에 대해서도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서도 이해당사자간에 해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극히 일부의 사례를 확대하여 의료기관의 회유와 협박을 통해 취하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의료 비용 책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급여)이고 나머지는 부담하지 않는 부분(비급여)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애초 계획단계에서부터 저보험료 부담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의료비를 제한하고 또 아예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크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심평원에서는 항상 의료비를 감시하고 기준에 초과할 경우 과감히 삭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증질환을 많이 다뤄야 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최선의 환자 진료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제한하는 범위를 넘어서 투약이나 진료를 하고 이를 환자에게 원가 그대로 청구하는 경우(임의 비급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심평원 입장에서는 이는 초과진료가 되고 만약에 환자가 이를 문제 삼으면 환급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진료를 위해 이미 투자된 부분이고 병원 입장에서도 추가 이익이 없기 때문에 환자와 합의 하에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료가 끝난 뒤 환자가 심평원에 이를 문제 삼으면 고스란히 배상해줘야 하는 병원에서는 배신감마저 드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문제가 환자단체의 고발로 2007년 성모병원에서 터졌으며 병원측과 정부 당국도 이 문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오래 된 이런 문제를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의료계를 매도하는 것은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가 됐던 성모병원은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제가 의료계 기자로 직접 느껴본 바로서도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무척 친환자적인 병원입니다.


환자 위해 최선 다했을 뿐인데 삭감, 병원은 억울


언론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합니다. 이번 검찰의 PD수첩에 대한 강제 수사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아무런 문제 제기도 당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좌에 앉을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이 정부와 국회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모든 기관에 대해 쓴 소리를 할 권리를 갖는 것은 사회적 지지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런 지지는 물론 공정하고 바른 주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섣부른 취재에 의한 주장을 했을 때는 스스로 취재 내용에 대한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밝히고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고백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아무런 반성이 없는 언론은 결국 권력기관에서 총칼을 들이댈 때 아무도 지지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PD수첩이 건강보험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쳐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70년대 군사정권에 의해 강압적으로 도입된 이후 급격히 성장해 왔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부실한 구석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지금의 민영보험 도입,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의료기관 도입 등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주변의 가슴 아픈 환자 이야기를 동원해 모두 다 병원 잘못이다라고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어려운 환자들은 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방송의 의료에 대한 무지가 낳은 보도들

kbs 황당 보도_보건소

의약 갈등----------내용은 모르고, 경기 중계에만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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