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곈가 불곈가, 광릉수목원 가는 길


며칠 전 부슬부슬 바가 내리던 날 볼 일이 있어 차를 몰고 나갔다가 다음 일정과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드라이브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늘 평소 가보지 않은 길을 가 봐야지 하고 맘 먹지만 인근에는 웬만한 곳은 거의 돌아서 요새 들어서는 더이상 새로운 곳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구나 하고 느끼는 중이었습니다.

노원역에서 출발해서 두 시간 반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의정부 입구에서 경기도청 2청사 쪽으로 직진을 하다가 포천 쪽으로 얼마 전 새로 뚫린 길로 우회전했습니다. 의정부에서 포천 가는 길은 차도 많이 막히는데다 길도 황량해서 별로 볼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다가 우회전하는 길이 있으면 얼른 빠져야지 하고 맘 먹고 가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의정부 시내쪽에서 포천쪽으로 가는 길인 43번 국도와 만날 즈음에 98번 지방도와 만났습니다. 그제서야 보니 광릉 수목원 가는 길입니다.

사실 저는 광릉 수목원에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광릉 수목원은 대학 다니던 시절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저희 부부는 처음에 하이텔에서 채팅으로 알게 된 사이입니다. 광릉 수목원에서 찍은 영화 접속은 그 뒤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은 저희를 접속 커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광릉 수목원에 사람이 너무 몰려 숲이 파괴된다면서 주말 입장을 제한했습니다. 그리고 사전 예약제를 실시해서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했습니다. 사실 주중에 한가하게 시간 내서 수목원을 가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이었고 미리 준비해서 길을 나서기보다는 언제든지 시간 나는대로 떠나는 것을 선호하는 제 성향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맘만 먹고 애초에 포기해 버린 것이 벌써 15년이네요.

우회전한 뒤 이어지는 2차선 꼬불꼬불한 길 5km정도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시야는 트여 있지 않아서 오히려 오붓한 것이 평온하가 감싸주는 듯했고 살풋이 내리는 봄비에 마음은 더욱 차분해졌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자 키가 큰 아름드리 나무들이 곧게 서 있었습니다. 굳이 안내판이 없어도 여기가 바로 수목원 입구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 이어지는 6km정도의 길은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조그만 내를 따라 이어지 길은 간혹 길가 혹은 길 가운데 서 있는 나무들로 인해 2차선 길이 1차선으로 줄어들기 일쑤였고 차는 어쩔 수 없이 20km 속도도 내기 어려웠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무에게도 상춘객에게도 다행이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여 완전히 전기 불빛에 빛나는 도시와는 완전히 차단된 느낌이었습니다. 굳이 설명한 것도 없이 別有天地非人間이라는 싯구가 정확히 들어맞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달린다고 해도 채 10분도 안돼는 사이 차는 어느 샌가 서울보다도 더 화려한 진접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드라이브를 한다고 해도 별내 쪽으로 돌던가 혹은 포천 쪽으로 똑바로 올라가곤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 두고도 애초에 포기해 버리고 여태 한 번도 가보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의정부를 돌아 광릉수목원 앞 길로 해서 퇴계원을 지나 온다면 차가 막히지만 않는 시간이면 채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차들이 몰려 나무들이 숨막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광릉수목원 입장 안내

  1. 사전에 예약하신 분에 한하여 가능
  2. 일일 입장 인원은 화~금요일은 5,000명, 토요일은 3,000명으로 제한
  3. 일요일, 월요일, 법정 공휴일은 휴원
  4. 토요일은 주차장을 개방하지 않음(단, 장애인이 탑승한 장애인 등록차량 등 제외)수목원 전 지역은 금연,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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