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미국발 경제위기로 죽을 지경이랍니다. 더불어 서민들에게는 취업난이 가계를 휘청거리게 만들 지경입니다. 기업들은 아예 인력을 뽑지 않거나 저임금 구조로 개편하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 세상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임금을 삭감당하는 줄 알았는데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임금이 줄어든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군요.
OECD 단위 노동비용 증감 추이
남들은 다 작년 대비 3~6% 정도 오르는데 우리나라만 4%가 줄었군요.
과거 오직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기술력도 부족했기 때문에 무조건 가격경쟁력이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땅값도 비싼 나라에서 가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인건비 절약이었습니다. 노동자를 쥐어 짜서 물건을 싸게 만들고 그것을 선진국에 가서 팔았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농산물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렸습니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몰려들었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임금은 더욱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값싼 농산물 가격은 도시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경제가 일어섰습니다. 정주영이 잘 한 것도 아니고 이병철이 잘 한 것도 아니고 박정희가 잘 한 것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다져 올린 우리나라의 경제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노동자 피눈물로 세운 것
그런데 하루 아침에 무너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IMF입니다. 남들만 바라보고 산업을 쌓아 올렸다가는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그 진상은 애써 외면하고 돈 꿔준 깡드시의 말만 들었습니다.
허긴 고리사채 꿔준 사람들이 빚 갚으라며 정상적인 방법을 말해 줄 리가 없는 법입니다. 일단 급전 내서 자기들 이자 맞춰 가기가 급한 것입니다.
다시 세계 금융위기랍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국내 경기를 살려 해외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한 우리의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수출로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인구가 4000만이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큰 나라들만 바라봐왔습니다. 세상에는 미국, 중국, 일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나보다 인구도 많고 잘 사는 나라는 이외에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도가 고작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작지만 더 잘 사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덴마크, 캐나다 등 많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수출만으로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국내 시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을 높이고 다른 생산비를 낮춰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제품에는 인건비에 비해 너무 많은 땅값이 포함됐습니다. 우선 이를 대폭 끌어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금융비용도 줄여야 합니다. 돈이 회사나 부자들에게로 도는 것이 아니라 월급쟁이들에게도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부자들에게 간 돈은 선순환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이 넘치는 사람은 다 쓰지 못하고 쌓이게 됩니다. 과거에는 한 사람에게 돈이 쌓이도록 해서 큰 돈을 만들어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이제는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투자보다 소비를 진작해서 시장을 늘려야 할 때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돈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임금을 올려서 시장을 키우자
또 하나는 중소기업을 진작하는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대량생산된 물건보다 개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고급 상품이 각광받는 시대가 옵니다. 이들을 우리 경제의 중심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이렇게 맞춤생산된 제품에는 적절한 가격을 매겨주는데 사회적으로 후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도 있어야 합니다.
또 국가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합니다. 과거 농민들을 도시로 불러 올려 국가 경제를 키웠다면 이제는 도시민을 적절히 고향으로 돌려 보내 취업난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농산물 가격 인상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도시민들도 이제는 경제력이 갖춰진만큼 더이상 농산물 가격 인상에 대해 너그럽게 수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제품의 생산비용은 대부분 임대료와 은행 이자로 다 빠졌습니다. 때문에 땅 부자, 돈 부자들은 놀면서도 돈을 벌고 몸뚱아리밖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평생 고생을 하고도 또 가난을 대물림해야 했습니다. 이제 이런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살고 산업이 살고 나라가 살 수 있습니다. 또 다시 임금을 아껴 가격경쟁력을 얘기해서는 더이상 이 땅에 밝은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은 하재근 블로그의 OECD에서 한국 노동자만 임금 줄어들어에 대한 트랙백으로 쓴 글입니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