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김문수에 관한 아주 짧은 기억 하나


유시민과 처음 눈이 마주친 것은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나는 의료 전문지 복지부 출입기자였습니다. 그 날은 처음으로 장관이 전국의 각 시도별 의사회장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유시민을 만나기 전 의사들의 결기는 대단했습니다. 직전 총선에서 유시민은 의료계에서 "의료 5적"으로 찍힐만큼 적대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복지부에서 어떤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의사들은 무조건 반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의사들은 "본때를 보여주겠다" "아주 혼쭐을 내주겠다"고 별렀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시행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습니다. 

유시민은 당시 "돈이 들지 않는 한 의사들이 원하는 모든 정책에 동의해 주겠다. " "의사들의 잘못된 사회적 대우에 대해 제대로 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의사단체에서 먼저 협조해 주고 이를 기반으로 약사단체의 협조도 얻어낼 것이고 제약회사의 동의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의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도라고 들어온 사람이 칼 들고 뭐든 다 내놔라 한다면 한 집의 가장으로서 멋지게 덤벼들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데 강도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한번만 살려줍쇼"하고 머리를 조아리니....

의료계 지도부는 장고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의협 회장이었던 인물이 개인적인 잘못으로 의료계 전체의 돌을 맞기 시작하면서 그날의 약속은 점차 유야무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유시민은 다만 파트너를 잘못 만난 것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의료계는 지금의 잘못된 정책들을 제대로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당시 의료계가 요구했던 많은 정책들은 친 의료 정부라고 할 수 있는 현 정권이 들어선 지금도 그대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후 의료계는 그런 정책들을 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요구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나 가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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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만호 회장등 지도부, 유시민 장관 면담"
 
 의협 장동익 회장과 경만호 서울시의사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지도부는 7일 보건복지부를 방문, 유시민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약제비 절감을 위한 포지티브 리스트제도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시민 장관은 7일 오후 의사단체 지도부를 초청, 간담회를 갖고 포지티브 리스트와 관련한 정책추진방향을 설명한 뒤 의료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유장관은 이 자리에서 “제도 시행에 따라 절감된 비용은 합리적인 수가체계로의 이행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장동익 의협회장은 이에대해 “불용재고약 처리를 위해 의협차원에서도 처방 리스트 작성 등 큰 틀에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경만호 회장은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와 관련, “개인적으로는 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에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제도인 만큼 합리적인 제도시행 및 추진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경회장은 이어 “혹 이 제도가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수순밟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최소한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 금지와 위탁생동성검사 금지 등의 조건은 충족해야 한다”고 조건부 수용입장을 밝혔다. 경회장은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도입 과정에서 심평원은 경제성평가부을 신설했으며, 건보공단은 약가협상부서를 만들었다”며 “역시 의협의 몫은 없다”고 해당 위원 배정의 합리적 조정을 건의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장동익 의협 회장, 유희탁 의협대의원회 의장, 경만호 서울시의사회장, 박희두 부산시의사회장·이창 대구시의사회장 등 전국 시도의사회장 다수가 참석, 보건의료정책현안에 대해 밀도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강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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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7 00:00:00
당시 이 기사를 쓴 저도 의료계를 대변하는 신문의 기자의 입장으로서 회의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할 수 없는 난감한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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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직접 만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아주 진한 악연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경기도지사로 처음 출마한 지난번 지방선거때였을 것입니다. 당시 나는 지방선거에는 관심도 없고 더구나 내가 사는 지역도 아닌 경기도의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그에게 관심을 가질리는 더욱 만무합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진한 인상을 갖게 한 일이 터졌습니다.

어느날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boney00님. 네이버 게시중단요청서비스 담당자입니다.

"김문수와 이재오............... (http://cafe.naver.com/newseoul/849)"
고객님께서 작성하신 위 게시물에 대해 김문수 측으로부터 5월 29일 명예훼손 사유로 게시중단요청이 접수되었으며
이로 인해 고객님의 게시물이 임시게재중단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는 김문수 측의 요청에 의한 조치일 뿐 고객님의 게시글이 부당하거나
불법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략

글의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큰 문제가 있었나 싶어 지워진 글을 보내달라고 네이버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통보만 받았습니다.

나중 기억을 되살려 찾아낸 내용은 김문수와 이재오의 '변절'에 대해 쓴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스크랩하고 제 의견을 살짝 붙인 것이었습니다.

http://blog.naver.com/boney00/70004852177

물론 김문수가 직접 게시중단 요청을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선거가 막 시작되는 마당에서 자신에 대한 불리한 인터넷 자료들을 지우기 위해 어떤 팀을 운영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쓴 글에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도지사로 나서면서 이런 식으로 인터넷 검열을 먼저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떳떳해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