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에 온갖 언론이 난리가 났습니다.
이제 김치는 금치를 넘어서 다이아몬드치랍니다. 식당에서 김치 더 달라고 했다가 쫒겨난다는 기사까지 올라왔습니다.
모두 도시 소비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농민들의 시선에서 배추값 폭등이 갖는 의미는 아무도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
모두들 배추값 내릴 생각만 하지 생산 구조문제 개선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뜬금없이 중간 상인들을 잡기도 합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지도 못하는 매점매석 얘기가 나오고 밭뙈기가 문제랍니다.
먼저.. 농민들...
생산량 줄면 가격 인상하는 것 당연합니다. 그동안 생산량 급증으로 밭에서 그대로 갈아엎은 적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종자값도 안 될 때도 다반사입니다.
농민들은 오히려 흉년이 들어야 농사 망친 사람들은 죽더라도 그나마 어떻게 건진 사람들은 대박나는 것입니다. 3~4년 허탕하다가 1년 대박으로 견디는 것입니다. 쌀농사는 그나마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만 채소값은 그 등락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농산물의 상품으로서의 가장 큰 특징은 수요, 공급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암만 비싸도 안 먹을 수 없고, 암만 싸도 생산량을 금방 줄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실패가 뻔한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산품 유통은
주식시장 다음으로 완전경쟁시장입니다. 농수산물시장에서 경매로 모든 가격이 결정됩니다.
농민들은 농사를 잘 짓는 것보다 어떤 작물을 선택할 것인지, 어느 날 출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마치 주식을 하는 사람처럼... 그런데 그것을 적어도 출하 6개월 전에 결정해야 한드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시장에 맞겨놓고 멀뚱히 보고 있다가 가격 폭등하면 중국에서 수입하겠다는 것이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입니다.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수익입니다. 어떤 작물을 선택하더라도 열심히 해서 일정 정도 이상 수확하면 안정된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면 농사짓는 사람들이 왜 모두 고향을 버리겠습니까.
또. 자꾸 상인들 탓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것이 입도선매 또는 밭뙈기인 것 같은데......
부디 모르는 소리 작작하시기 바랍니다. 마치 농민을 욕할 수 없으니까 마녀사냥 식으로 찾아낸 희생양일 뿐입니다.
중간 상인에게 밭뙈기로 넘기는 농민은 결코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 공생관계이지 누구에게 책임을 떠 넘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언제나 출하나 생산과정에 대한 과부하를 감당하기에 벅찹니다. 생산에 신경쓰기에도 지칠 지경인데 가장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수확과정을 누군가가 감당해 준다면 아주 편한 일입니다. 게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농산물 가격을 미리 흥정해서 결정해 준다면 그만큼 감사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농민 입장에서는 안정적 가격과 수확 과정의 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메리트가 큰 거래입니다.
상인 입장에선 폭락 시장만 피한다면 대규모 자본으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해결 방법은....
우선 농산물의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통과정에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우면 대기업이 개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정책으로 온갖 혜택을 입은 대기업들이 이제는 농민을 위해 나설 때입니다. 100대 대기업들이 종목별로 맡아서 유통을 책임지고 정부가 이를 감시한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쌀, 엘지는 사과, 배, 현대자동차는 귤, 채소 등을 맡고 유통을 책임진다면 전국적인 규모로 농민들과 개별 계약을 통해 생산을 맡기고 안정된 가격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생산 가능할 것입니다.
한 기업이 한 종목씩 맡아 독과점이 우려된다면 2~3개 기업에 중복으로 맡겨서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이제 도시 소비자들도 비싼 농산물 가격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 도시 소비자들은 농민들의 비싼 땀방울을 너무 소중한 줄 모르로 값 싸게 즐겨왔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비해 농산물 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농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들 국가의 값싼 농산물에 기댈 것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도 식량주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지금보다 1.5배 정도의 식료품비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민의 수가 늘고 농산물 생산량도 늘고 농산물 가격도 안정됩니다.
지금처럼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농민들은 죽어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20년이면 농촌은 텅 비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금 현재에도 농민인구의 70%는 50대 이상입니다. 그런데 젊은 인구의 유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은 단 5%도 농촌에 남지 않습니다.
지금의 50대 이상이 거의 죽은 후에는 지금 농촌 인구의 30%만 남아 있는다는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
배추값 폭등....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4대강이 탓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핵심이지는 않습니다.
기상 악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사이에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하늘 탓만 할 것입니까.
도시인에게도 농민들에게도 폭등락보다는 안정적인 가격 유지가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