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영리법인 도입되면 식코 현실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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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영리법인의 의미
현재 의료기관은 의사와 비영리단체(의료법인, 학교법인, 종교법인 등)만 개설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의료는 하나의 산업보다는 필수적인 국가 서비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리법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이제 의료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완전 경쟁시장에 고스란히 맡겨둔다는 것이다. 의료윤리나 도덕적인 판단보다도 주주들의 이익이 모든 판단에 우선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국민 건강을 맡겨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시장이라는 분야의 비시장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이라 하면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이렇게 형성된 가격에 따라 수요, 공급의 양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완전경쟁시장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급과 수요의 접근에 대한 완전한 개방과 이와 관련된 모든 정보의 완전한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시장은 완전히 닫혀있는 시장이다. 의료의 공급은 국가 면허를 가진 아주 특정 인물에게만 제한돼 있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공급을 무제한 늘릴 수 없다.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4년, 많게는 10년이 걸린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정보의 극단적 제한이다.

비의료인은 의료정보에 대해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의사의 판단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격 따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잉진료, 무조건 수술 등은 다반사가 될 것이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영리법인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주식회사 병원이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의료제도로는 주식회사 병원의 주가는 똥값이 되게 돼 있다. 의료법, 건강보험법 등 각종 제도로 의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회사 병원이 도입되면 이런 제한들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지속적으로 제한 폐지 주장이 생기게 마련이고 정부는 또 '규제의 전봇대 뽑기'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관련 규정을 고쳐 나갈 것이다.

이런 제한들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국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환자 유치 금지 등의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으며 또 모는 의료기관은 무조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되면 돈있는 사람들은 따로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고급 의료를 요구할 것이고 또 경쟁력 있는 좋는 병원들은 서민환자를 외면할 것이다.

영리법인과 미국 의료, 그리고 식코
식코를 통해 알려진대로 미국의 의료제도는 엉망이다. 정말로 돈 없는 사람은 아파도 병원 한 번 못 가보고 죽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나마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국민 소득이 수 배에 이르는 경제 대국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대단히 높다.

이런 나라라면 평소 먹을 것 조금 줄여 의료보험에 가입해 두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건강보험이 무너지고 나면 암에 걸려도 아무도 선뜻 치료에 나서지 못하고 모두들 '존엄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럼 의료는 계속 지금처럼 가자는 것이냐?
결코 아니다. 의료는 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노동단체에서도 미래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돈을 버는 의미의 미래산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전 가능한 미래 지향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인력 채용을 늘릴 수 있는 고용시장으로 보고 있다. 병원협회에서는 수가를 10% 올리면 1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더 나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저력도 있다. 추가 투자가 이뤄지면 얼마든지 더 많은 재화(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는 시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건강보험 재정의 확충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보장성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아파도 국민 건강은 보험에서 챙겨줄 것이라는 기본적인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

또,
어느 의사의 비유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의료는 마치 조선시대 향리처럼 일정한 월급이 없이 알아서 벌어먹는 꼴이다. 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에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외면하고 미용성형 등 비보험분야, 장래식장 등 의료 주변 분야, 주차장, 수퍼마켓 같은 비의료분야에서 돈을 벌고 있는 꼴이다.

빨리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야 한다.

현재, 특정 전묵과에서 의사 부족, 중소병원 및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만 시급하게 해결되도 실업 문제는 크게 줄 것이다.

반면, 영리법인 도입은 경제논리에 따라 인건비 감축에 나설 것이 뻔하다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모두 돈이다. 어디서 이런 재정을 확충할 것인가. 결국은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을 땅 파는 데만 쓸 것이 아니라 바로 미래산업이라고 할 만한 의료분야에 집주투자해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심각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건강보험료의 수 배에 이르는 돈을 따로 민간의료보험에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고 있는 민간 의료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료로 낸다면 병원에서는 거의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건강보험료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게다가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반대로 건강보험 보장률 증대를 위한 보험료 인상에 반대했다.

결국 건강보험료는 동결됐다.

다시, 의료 영리법인과 건강보험
건강보험이 무너지면 의료 영리법인은 언제든지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식코의 가슴 아픈 현실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영리법인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복지부도 점점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요즘은 당연지정제만 유지된다면 영리법인 도입은 문제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영리법인과 당연지정제는 절대 병립 불가능한 제도다.

촛불을 들어서라도, 어떡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지금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은 바로 대운하와 의료 영리법인 도입이다.

관련 기사 : 공공보험 틀 안에서 국민 건강권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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