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벌식은 다 같은 세벌식인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두벌식만 안 쓰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혹시 이런 저런 이유로 세벌식의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분들은 그 전에 미리 여러가지를 고민하시고 그 고민이 끝난 후에 결정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무엇보다 한 달에 A4용지 5장 이상의 글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어려움을 이기면서 세벌식으로 바꿀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로 수치 작업을 하거나 사진작업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컴퓨터 사용자에게는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블로깅을 많이 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 한 번 고쳐 먹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세벌식의 길은 생각보다 더 멀고 험합니다. 물론 그 열매는 달 수도 있지만 그에게 까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머리는 다른 곳을 가르치고 있지만 손은 엉뚱한 곳을 가는 증상을 적어도 10일 이상은 겪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연습을 해야 하고 그 동안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두벌식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세벌식도 다 같은 세벌식이 아니다
저는 세벌식을 시작하면서 세벌식은 다 같은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다 보니 최종과 390 등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에서부터 390은 중간단계로 느껴졌고 저는 당연히 최종(이름 때문에)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더 공부를 하다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순아래가 있고, 안마태가 있고 신세벌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가운데에서 손이 작다는 이유로 신세벌식을 선택했습니다.
신세벌식은 세벌식 최종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데 숫자 키에 있는 키들이 없고 시프트 키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나름 진일보한 키보드였습니다. 저는 과감히 이것으로 바꾸었고 지금은 분당 300타에 가까운 속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벌식을 이나마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날개셋의 도움 덕분입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 컴퓨터에서 세벌식 입력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 모든 세벌식 키보드가 지원됨.
날개셋 타자연습 : 모든 세벌식 키보드 연습 가능한 프로그램.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리눅스 운영체계인 우분투를 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글 입력에서 세벌식은 되지만 신세벌식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안마태 세벌식입니다.
안마태 세벌식은 초·중·종성을 따로 입력한다는 세벌식을 특징을 그대로 나타나면서 동시에 왼손 자음, 오른손 모음이라는 두벌식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맨 아래 줄을 받침으로 해서 오른손, 왼손이 적절히 배분되도록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사용의 숙달 정도에 따라 그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발달될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초성·중성·종성을 동시에 입력하는 모아치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세벌식으로 전환 고려 한다면 안마태를 추천합니다
두벌식에서 바로 세벌식으로 전환을 고려한다면 안마태 세벌식을 추천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세벌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수 자체가 소수입니다. 하지만 열린 마인드로 두벌식보다 좋은 자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름다운 정신으로 창제된 우리 한글이 더욱 아름다운 도구에 담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자판이 더 좋은지를 철저히 평가하고 표준화하는 노력이 결여되 있는 것이 제일 큰 안타까움입니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인 게시판이 없는 것도 옳지 못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모쪼록 아름다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땀이 제대로 된 평가를 얻고 동시에 이런 땀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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